우리 어렸을 적엔 일제강점기를 지난지 얼마 안 되었던 관계로어른들이 일본말 이름을 자주 사용하였지요.
후리시끼(책보자기)와 벤또(도시락)가 가장 자주 사용하던 일본말 이름입니다.
옛날 학창시절 추억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깃거리가 선생님 몰래 도시락 까먹던 것이리라.
체육시간이면 장난꾸러기 남자애들 잠입해서는 여자애들 도시락을 까먹고 대신,
개구리며 지렁이를 잡아다 넣어두어 여자애들을 까무라치게 만들기도 했었답니다.
겨울철엔 난로 위에 도시락을 얹어놓아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누릉지 냄새와 신김치 익는 냄새가,
교실안에 가득차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었답니다.
도시락과 책을 함께 책보자기에 싸서 팔에 올려놓고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건,
도시락에 함께 넣은 김치국물이 쏟아져서 책을 적시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언제나 교과서 모서리엔 바알간 김치국물 자국이 남고 가방을 열면 시큼한 김치냄새가 베어있었지~~
당번일때는 일찍 등교하여 조개탄을 수령하고 학교안 목공소(책걸상 수리하는 곳)에 가서불지필 나무쪼가리 주워,
난로에 넣어 입김후후 불어 난로에 불지피며 벤또를 놓아두면
자주 뒤집어(?)주질 않으면 제일 아래것은 밥이 타곤 했답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도시락을 뚜껑으로 덮어버리니 김치는 밥 열기에 푹 삭으면서 국물 생산을 재촉했지요.
국물이 밥 칸으로 넘어와 한여름이면 쉰밥되기 일쑤였답니다.
어머니의 후한이 두려워 꾸역구역 해치웠지만 배탈난 적은없었답니다.
친구들은 점심때 시커먼 깡 보리밥이 창피해 도시락 뚜껑을 반만 열고 그냥 밥만 먹었지요.
점심시간이 되면 난 빈 벤또를 들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가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에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이 점심을 어디서 먹었냐고 물으면 ”다른 반 친구랑 같이 먹었어” 늘 그랬습니다.
운동장 가에 있는 수도에서 벤또에 물을 담아 마시면 배가 불렀습니다.
적게 먹는 게 좋다는 걸 먼 훗날 알았습니다.
그래서 벤또가 빈 벤또가 날 이만큼 건강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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