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판잣집촌 풍경중 추억
- 이발합시다-이발합시다-
비가 오지 않고 날씨가 따스하면 남루하고 염색한 군용쟘바를 입은,
수염이 덥수록한 할아버지가 낡고 헤어진 가죽 가방을 들고 외치며 지나간다.
판잣집 동네를 그렇게 쉰 목소리로 한 바퀴 돌아간다.
골목에는 여기 저기서 아이들이 모여들며 그 속에는 어른들도 끼여있다.
약간 높은 흙계단이 의자 대용으로 사용하며 그 주위로 아이들이 신기한 듯 지켜본다.
이발기(이발기구)가 아이들 머리를 몇 바뀌 돌면 하얀 속살을 들어낸다.
앞 거울은 고사하고 면도 같은 것도 없이 그저 큰 부분만 잘라낸 것으로 이발의 전부다.
이 녀석들이 집에가면 머리를 감지도 않고 그냥 놀이에 전염한다.
이발하는 그 영감님이 오히려 수염과 머리가 더 덥수룩하다.
그렇게 얼마를 받고 혹시 돈이 없어 그 마저도 못하는 아이는 그냥 깎아준다.
아마도 그때 그 시절을 기억하면 쓴웃음이 난다. ㅋㅋㅋㅋㅋ
그 시절의 이발소에는 파리 깡이 있었습니다~
이발사 아저씨는 머리빡에다가 파리 깡을 갖다 대고
팍팍 밀어 올려 부쳤습니다~
이발비가 아까운 집에서는 아버지가
파리 깡을 집어 들고 아그덜에게 덤비기도 했습니다~
동네 이발소는 동네 아저씨들의 사랑방이었습니다.
남정네들의 온갖 정보가 이곳에서 슬슬 흘러나왔죠~
이발소 안은 그야말로 만물상
세상에 없는 거 빼놓고는 다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발 의자에 올라앉으면 제왕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미모의 아가씨의 안마 서비스는 <왔다>였습니다.
그거 한방이면 사내들의 몸댕이 피로는 싸악 가셨죠~
마지막으로 이발사가 머리를 감겨주면 이발 끝....
아,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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