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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유학온 중학동기들의 첫 모임(통금없는 X마스 이브)

허 공 2018. 3. 30. 10:50

일  시 : 1964년 12월 24일

장  소 : 가야 산비탈 00의 자취방

참석자 : 신영문 이정환 조순종 김관환 김상남 외 3명 (8명)

 

 

  

이 날은 고향 밀양을 떠나 소위 부산으로 유학(?)와서 처음 맞는

겨울방학 날이며 크리스마스-이브로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밤이다.

 

그 동안 우리 머슴아 몇몇은 자주 만나는 편이다.

정환의 자취집이 영화 “친구”에나오는 교통부 구름다리 조방 쪽.

지금의 현대백화점 후분 쯤 되는 곳의 2층 집의 2층이다.

나는 가야 산비탈  순종이는 서면 입구 상남이는 신암에서 정순하고

영문이는 조방 근처에서 모두 자취를 하고 있었다.

 

내가 통학하는 길이 묘하게도 이들 자취방 근처를 지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친구들 소식이 나를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통학로-가야시장-서면 입구-신암-교통부-구름다리-조방 -학교)

어쩌다가 토요일이나 일요일 공휴일이면 정환 집 구름다리 반대편

교통부 쪽에 있는 풀빵 집에 모여서 이런저런 애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든 어느 날 우리도 크리스마스-이브를 멋지게 한번 보내보자는 의견에

의기투합하여 12월 24일 저녁에 하기로 하고 준비를 내가 하기로 했다.

보통은 겨울 방학을 하면 당일 바로 고향으로 가는데 우리는 이브를 즐기려고

하루 늦게 밀양으로 가기로 하고 인원 모집 술 과자 장소를 물색했다.

 

사복으로 갈아입은 학생 8명이 가야 산 골짜기에  약속대로 다 모였다.

고맙게도 여자들이 찐빵을 사 와서 그걸로 저녁 요기로 대충 때우고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끝내고 과자와 소주로 기분을 냈으나 영 아니다.

 

긴급 제안으로 짝을 지어 밖으로 나가자고 하여 서면로터리까지 걸었다.

다시 전차를 타고 남포동으로 나가니 “어머니 이게 부산이 맞는 거야“

마음먹고 부산의 중심가 늦은 밤거리를 거니는 것은 모두들 처음이란다.

남포동 광복동 부산극장 제일극장 동아극장 미화당 백화점을 빙글빙글 돌아서

용두산에 올라가 솜사탕을 먹으며 부산 앞바다를 구경하는 그 자체가 황홀이더라.

 

부산에서의 첫 크리스마스-이브는 그렇게 지나가 버렸다.

아마도 이것이 최초의 공식적인 동명 17회 졸업생이 모임이 아닌가 싶다.

그 당시 부산에는 박창기 정연길 최동학 임재곤 김종호 김종명 김정순 등이 있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아 모임을 하지 못하고 가끔 학생들 단체행사에서는 만났을 따름이다.

 

돌이켜보니 정환이는 너무 멀리 가버렸고 영문이와 상남이는 서울에서 살고 있으며

순종이는 그 후로는 연락조차 없고 나만이 홀로 앉아 이렇게 끄적이고 있다.

내년 졸업 45주년 기념식에는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출처 : 허공의 휴유정사
글쓴이 : 허공 (虛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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