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팔십 년 대 내 우리네 고향 밀양의 추석 풍속은,
추석 전날이면 친척들이 멀리서도 찾아옵니다.
백설표 설탕 통과 백화 수복을 들고 가다마이를 차려 입고 들어섭니다.
밤을 치는 아버지도 재기를 손질하는 삼촌들도 여유 있는 한복 차림이지만,
마당가에 임시로 만든 간이 조리대에서는 지난번 조상 산소에 벌초하고 가지고와 말린 풀로
불을 피우고 시루떡과 전을 내는 집안 여자분들의 벌겋게 달아 오른뺨 위는 땀범벅이지요.
추석 아침에 우물가에는 세수를 하려 줄을 서고 장독 위에는 굵은소금을
작은 무덤처럼 여러 군데 올려놓고 이를 닦는 풍경은 명절이나 되어야 볼 수 있습니다
대청에 제사상이 차려지고 모두들 경건한 마음으로 차례를 올리지요.
헌다(獻茶) 사신(辭神)과 아버지의 음복(飮福)이 그 길고 짧은 명절의 의례를 끝내는 신호이지요
추석 아침 밥상은 어제 밤사이 고아진 탕국에 갖은 나물이 깔깔한 입맛을 돋우어
여자들의 밥상에도 맛있다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대주인 아버지께서는 맨머리맡에 앉아
일장 훈시로
산소에 가는 길은 산골짜기를 돌아서 한참을 오르면 종산이 있고 산소의 좌판 위에
하얀 창호지가 깔리고 책보에 담아온 제사 음식들이 큼직하게 쌓여 조상님께서 드신 이 음식들을
맛있게 음복하면 이것이 또 한 번 추석날의 추억이 되어 고향을 그리워하는 계기가 되지요.
우리는 산에서 내려 오자말자 무엇이 얼마나 바쁜지 또 떠날 준비를 합니다.
그 사이 우리네 엄마는 강아지 똥만 한 고구마, 따다가 깨진 감들은 당신께서 잡수겠다고 돌려놓고,
큰 것은 줄금 줄금 보따리마다 꿈꾸고 쌓아서 큰 놈 작은놈 꺼 라며 챙겨 놓고 그래도 더 줄게 없나 살피지요.
그리고 우리들은 신작로 길 앞에 나와 지나가는 버스에 손을 들고 고향을 뒤로하고 멀리멀리 또 떠나갑니다.
모두들 떠난 텅 빈 집 마루턱에 걸터앉은 어머니는 옥양목 앞치마에 눈물을 훔치고
아버님은 괜한 헛기침을 하며 떠나는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죄 없는 암소 궁둥이만 툭툭 치지요
세월이 변해도 우리네 고향 밀양에서는 이런 풍경을 또 내 년이 오면 어김없이 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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