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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내음이 가득하든 그리운 하남들이 백색 비닐로 덮였구나!!

허 공 2018. 3. 30. 10:36

2016년 4월 26일

보리 내음이  가득하든 그리운  하남들이 백색 비닐로 덮였구나!!

보리 내음이 가득하든 그리운 내 고향 하남들 판이 백색으로 변하고 그것도 모자라 영남 공항(?)

 

내 고향 하남들은 그 어렵던 시절에 우리를 먹고살게 한 엄마의 품속 같은 들녘이었다.

 

봄내음이 오면 향 량하 던 하남들은 하루가 다르게 초록으로 색을 바꾸고 있다.

바람결에 제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일렁이는 연초록 보리 이삭들이 이미 들판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다.

자연을 놀이터 삼아 마음껏 뛰어놀며 재잘대는 아이들의 맑고 밝은 얼굴에서도 벌써 봄이 느껴진다.

 

곡우(穀雨)를 막 넘긴 청보리밭. 단비가 내려 백곡(百穀)이 윤택해진다.

곡우는 아마도 보리에게 바치는 봄의 마지막 선물이다.

빗방울이 스친 청초한 보리 줄기마다 한껏 봄기운이 오르고 대지는 이제 새로운 시절을 준비한다.

 

낙동강 물결이 훤히 보이는 하남평야 청보리밭이 그리워진다.

학교 갔다 오고 하는 들판에서 풍겨오는 보리 내음은 촌놈들의 마음을 마냥 푸르게 한다.

맑디맑은 하늘을 이고 낙동강까지 뻗어진 또 하나의 초록빛 물결이었다.

 

무릎을 덮을 만큼 자란 보리 속을 헤쳐 다니며 온 몸으로 풋내를 맡는다.

목가적 풍경뿐이랴. 강인한 생명의 소리가 우리 가슴을 벅차게 한다.

보리 목이 나오는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초록빛의 절정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이삭은 서서히 누런빛을 띠기 시작해 황금 보리로 변해버린다.

지난 시절, 5월이면 까까머리 아이들이 보리잎으로 풀피리를 만들어 불고 종달새를 쫓아 들녘을 쏘다녔다.

이젠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아직도 보리가 핀 들녘에 서면 유년의 추억이 생생하다.

 

강한 해풍 탓에 벼농사가 힘들었던 하남들 보리밭에는 아픈 기억이 있다.

"하남 처녀는 시집갈 때까지 쌀 서 말을 못 먹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보릿고개를 넘기기가 무척 힘겨웠던 시절이 있었다.

 

춘궁기 때면 처녀들은 옷고름으로 눈물을 훔치며 보리 밭두렁의 쑥으로 허기를 달래야만 했다.

보릿고개와 정부의 보리 장려정책. 보리에 대한 중장년 세대의 진절머리 나는 기억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 보리가 이젠 성인병 예방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대접받고 있다니 보리의 억척스러운 생명력은 놀랍기만 하다.

 

지금 그곳은 어떻게 변했는가?

청보리 대신 하얀 딸기하우스가 깔려있는 그곳은 이제 옛날의 낭만이 사라 저버렸다.

앞으로 그곳에는 허버 공항이 들어선다고 야단이네.

그렇게 되면 고향도 모교도 선산도 모두가 아쉬움만 남긴 체 영영 없어지고 말 것이 아닌가?

출처 : 허공의 휴유정사

 

글쓴이 : 허공 (虛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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