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5월 어느 날
졸업여행 (통영 한산도)
그해에는 왠지 봄비가 잦아서 여행 날짜가 몇 번이나 연기되곤 했다.
아마도 배를 타야 하므로 일기에 매우 민감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도 우리 학생들은 언제 가는지 매일 그것이 초미의 관심사다.
그때마다 3학년 A반 담임이신 물코(죄송) 선생님의 유행어가 되어버린,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비비면서 “여행은 예정대로 갈 것이니 걱정마라”
(이 흉내는 김종명이가 제일 잘 낸다)
여행을 떠나는 그날!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은 이른 새벽녘,
대사초등학교 교문 앞 이발소 앞에서는 대사동 출신 4명의 남자
(관환 재환 상표 기성)가 모여 있었다.
여자들(상남 정득 순특 필자 환선)은 앞날 먼저 수산에서 잤다.
물안개가 짝 끼인 이른 새벽에 머슴아 넷이,
집에서 준비 해준 계란 쌂은거랑 김밥을 메고 수산으로 간다.
매일 등교할 때와는 또 다른 기분 잰걸음으로 말이야~~
도서동 물통거리를 지나 소학교를 돌아서 기와공장 앞에 다다르니,
기와 가마에 장작불을 집히고 있어 추운 몸을 좀 녹일 수 있었다.
학교 옆 소전 골에는 벌써 많은 친구들이 먼저 와 있었다.
얼마 후 대절버스를 타고 통영으로 졸업여행은 시작되었다.
우리의 즐거운 마음과는 달리 차가 마산을 지날 무렵에는 빗줄기가 점점 굶어지더니,
통영에 도착하니 아예 나들이를 할 수 없을정도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여관에 갇히는 몸이 되었고, 그래도 물코 선생님 열심히 섭외한 탓으로,
점심 후에 <해저 턴널>을 비를 맞으며 관람하고 첫날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냈다.
첫날 저녁! 이게 왠 일이여?
배를 움켜쥐고 일그러진 얼굴로 밤늦게까지 화장실 앞에 길게 줄지어선 친구들~~
아마도 오랜 장마철에 음식관리가 잘못되어 일부 친구들이 식 중독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심하지 않았는지 다음날 아침에 모두들 밥상 앞에 앉은걸 보니 다행이다.
둘쨋날 역시 비는 오락가락이다,
비는 와도 바람이 없어 배를 타고 한산섬으로 가기로 하고 부두로 나갔다.
충무공 사당과 동상 등을 두루 둘러보고 앨범용 사진들을 찍었고 개인 사진도 찍었다.
졸업앨범 뒷장에 수록된 사진 거의가 이때 촬영된 것과 가을 소풍(떡 대산) 사진이다.
다시 여관으로 돌아와 점심 먹고 수산으로 돌아오므로 1박 2일의 졸업여행은
많은 아쉬움만 남긴 체 추억 속으로 사라지며 그렇게 끝이 났다. 아~~ 듀
한산도 충무공 비각 앞-정연길 김종명 김관환
한산도 뱃머리에서 여객선
한산도 충무공 비각 앞에서 찰깍-왼쪽 교장. 박병현- 우측 김정숙. 김은숙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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