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닥치는 찬바람에 전깃줄이 자지러지듯 이잉 이잉 소리 내 울었다.
문고리를 쥐면 손가락이 쩍쩍 달라붙었다. 문풍지 틈으로 황소바람이 밀려들었다.
밤사이 머리맡에 둔 물사발의 물이 꽁꽁 얼어붙었다.
유리창엔 결정체 모양도 또렷한 성에가 가득 끼었다.
1950~60년대 유·소년기를 난 이들에겐 참 모질게도 춥던 겨울의 기억이 있다.
토끼털 귀마개 없이는 지나기 힘들었어도 오히려 그 시절 한겨울엔 개구쟁이들 놀거리가 더 풍성했다.
미나리꽝 얼음판에서 팽이 치고 썰매 지쳤다.
자치기, 구슬치기, 딱지치기에 제기 차고 연 날렸다. 산토끼를 몰아 잡는답시고 뒷산을 헤맸다.
가뜩이나 짧은 겨울날이 허망하게 어두워졌다. 논바닥에 삭정이 모아 불 피우고 언 손발 녹였다.
나일론 점퍼와 양말에 불구멍 내고 집에 돌아와 경을 치곤 했다.
새총 만들어 참새 잡다 시원찮으면 한밤에 손전등 들고 동네를 돌았다.
초가 추녀에 사다리 걸치고 손 디밀어 곤히 잠든 참새를 낚아챘다.
출처 : 허공의 휴유정사
글쓴이 : 허공 (虛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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