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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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발 휘달리는 겨울 저녁 빨갛게 달궈진 연탄위에
돼지 고기 몇 점이 지글거리고 있었다.
사내들은 한 잔 술을 앞에두고
고기 타는 줄도 모르고 세상 얘기에 정신이 없었다.
30촉 백열등은 누런 기름을 뒤집어쓴 채
먼지 수북한 천장에서 아른거렸다
선술집 눈발 휘달리는 겨울 저녁 빨갛게 달궈진 연탄위에 돼지 고기 몇 점이 지글거리고 있었다. 사내들은 한 잔 술을 앞에두고 고기 타는 줄도 모르고 세상 얘기에 정신이 없었다. 30촉 백열등은 누런 기름을 뒤집어쓴 채 먼지 수북한 천장에서 아른거렸다. 선 술 집 효산 김만수 작은 도시 어디쯤 삼십촉 전구 불빛 따스한 집 앞치마 동여맨 아짐 연탄불에 올려진 술국에 국자를 담가 세상살이 어울어진 맛 울궈졌는지 인생 여정 기구하다 휘져어보네 길가던 손, 주모 나왔소 들이닥치고 세상사 허무를 풀어내 술주전자 탁자를 넘나들어, 싸가지 없는 놈들은 아예 발도 못 붙이는 일 하지 않는 이들은 술국 국물도 없다는 허름함으로 다가오는 인생사 허물없이 풀려 나오는 풍경. 순대속 같이 긴 인생사 짤릅게도 풀어놓고, 암뽕 순대에 , 오소리 감투에, 선지국에 낙지 빼고 먹통 한사라에, 열무 한사발 복복(福)자에 좋을 희(囍)자 박힌 사발, 막걸리 한대접 두대포 술시를 불러 뜨끈한 사연 목넘김이 술술 넘어가 볼딱지 불그레 내돈 내고 걸쭉한 욕도 함께 얻어 묵어도, 붙임성 좋은 그집 아짐 오지랖 넓어 사는것이 이쁘다네. 암만, 그렇고 말고. 옛날에 선술집이 하나 있었어. 우리가 서로를 위해 한잔, 두잔 건배하던 곳이었지. 우리가 시간가는줄 모르고 얼마나 즐겁게 웃었었는지, 기억나? 우리 같이 했었던 그 굉장한 일들에 대해서 생각해봐. 참 좋은 시절이었어, 친구야. 그런 날들이 끝나지 않을꺼라 생각했었지. 항상 춤추고 노래하고, 하루종일 그랬었지. 우리가 선택한 삶을 살았더랬어. 싸우기도 했었지만, 진적은 없었지. 왜냐구, 우리는 젊었었고 우리만의 길이 있을꺼라 확신했었거든. 그리곤..바쁜 세월들이 우리를 스쳐지나갔지. 그길을 따라 오다가 우리는 우리의 그 빛나던 생각들을 잃어버렸어. 우연히라도, 내가 널 그 술집에서 다시 만난다면, 우리는 서로를 향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겠지... 참 좋은 시절이었어 친구야. 그런 날들이 끝나지 않을꺼라 생각했었지. 항상 춤추고 노래하고, 하루종일 그랬었지. 우리가 선택한 삶 바로 오늘밤, 나 그 술집 앞에 서 있었어. 모든게 달라보이더라. 술잔엔 이상한 사람이 비쳐 보이고 있었어. 그 나이들어 버린 사람이 정말 나란말야? 문을 통해서 난 친숙한 웃음소리가 다가오는걸 느꼈지, 니 얼굴을 봤고, 니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도 들었어. 아, 친구야, 우리는 나이가 들긴 했지만, 현명해 지진 않았나봐. 우리 맘속에 간직한 꿈들은 아직도 그대로잖니.... 건전지 까만 고무줄로 칭칭감은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아스라한 옛 노래 ... ...
출처 : 밀양동명중17기
글쓴이 : 허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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