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김관환)이 쉬고 즐기면서 공부하는곳입니다
虛空의休遊靜舍

◈ 허공의 관련방 ◈/▷허공의 추억여행

[스크랩] 벤또를 기억하는지요?

허 공 2018. 3. 30. 10:13

 

        벤또를 기억하는지요?

        우리 어렸을 적엔 일제강점기를 지난지 얼마 안 되었던 관계로 어른들이 일본말 이름을 자주 사용하였다. 후리시끼(책보자기)와 벤또(도시락)가 가장 자주 사용하던 일본말 이름인데

        그 중 아이들까지도 그렇게 부르던 것이 벤또였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들께서 일본 식민지 냄새가 난다며

        사용하지 말라고 엄격히 일러주신곤 하셨음에도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오던 것이다. 도시락에 대한 추억이야 두 번 이야기하면 잔소리가 될만큼

        다들 아는 내용이고, 옛날 학창시절 추억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깃거리가 선생님 몰래 도시락 까먹던 것이리라. 체육시간이면 장난꾸러기 남자애들 몇이 살짝 교실에 잠입해서는

        여자애들 도시락을 까먹고 대신 개구리며 지렁이를 잡아다

        넣어두어 여자애들을 까무라치게 만들기도 했었다. 겨울철엔 난로 위에 도시락을 얹어놓아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누릉지 냄새와 신김치 익는 냄새가 교실안에 가득차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도시락과 책을 함께 책보자기에 싸서 팔에 올려놓고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건 도시락에 함께 넣은

        김치국물이 쏟아져서 책을 적시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벤또를 기억하는지요? 그때는 그랬다. 일본말인줄 모르고 그냥 '벤또'라 했다. '도시락'이란 말은 한참 세월이 지나서 썼다 당번일때는 일찍 등교하여 조개탄을 수령하고 학교안

        목공소(책걸상 수리하는 곳)에 가서불지필 나무쪼가리 주워

        난로에 넣어 입김후후 불어 난로에 불지피며 벤또를 놓아두면 자주 뒤집어(?)주질 않으면 제일 아래것은 밥이 타곤 했다.

        언제나 모든 교과서 모서리엔 바알간 김치국물 자국이 남고 가방을 열면 시큼한

        김치냄새가 베어있었지.. ‘도시락과 김치국물’은 ‘실과 바늘’처럼 불가분이었다. 고무패킹이 든 손바닥만한 반찬통이 나오기 전에는 도시락 왼쪽에

        밥을 덜 담고 세로로 뚜껑없는 반찬그릇이 따로 들어갔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도시락을 뚜껑으로 덮어버리니 김치는 밥 열기에

        푹 삭으면서 국물 생산을 재촉했다.

        도시락을 싼 얇은 보자기나 아버지 손수건은 금새 빨갛게 물들었고,

        진동하는 냄새에 아이들은 아침마다 짜증냈다.국물이 밥 칸으로 넘어와 한여름이면

        쉰밥되기 일쑤였다.어머니의 후한이 두려워 꾸역구역 해치웠지만 배탈난 적은없었다. 빡빡머리에 교복입고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시절.

        새벽 밥먹고 자갈 길을 자전거로 통학했던 친구들은 점심때 도시락 뚜껑을 열어보곤 기겁하곤 했다.혹시나 했지만

        또 ‘김치 비빔밤’이었다.시커먼 깡 보리밥이 창피해 도시락 뚜껑을 반만 열고 그냥 밥만 먹었다. 지난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시골은 너무나 가난했다. 형제들이 많다 보니 도시락 수도 부족했고 늘상 밥도 아쉬울때

        수저를 내려놓아야 했다. 그러나 점심때 ‘제사’ 핑계를 대고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친구에게 도시락 뚜껑에다 밥 절반을 뚝 잘라내 말없이 내밀만큼 순수했었다.함께 운동장 수돗가로 달려가

        냉수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우정을쌓았던 아름다운 시절이었다.연말 동창회가 있다면

        도시락을 싸들고 가 그 교실에서 그리운 얼굴을 보고 싶다. 도시락, 그 중에서도 알루미늄 도시락을 우리는 벤또라고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 처럼 벤또를 싼 보자기를 들고 학교에 갔습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난 벤또를 들고 교실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에 다시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이 점심을 어디서 먹었냐고 물으면 ”다른 반 친구랑 같이 먹었어” 늘 그랬습니다. 내 벤또에는 수저와 젓가락이 없었지요.

        흔들어도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장난삼아 흔들어보는 아이들 때문이지요. 만약 도시락에 수저를 넣으면 언제나 딸랑거리며

        소리를 냈을 테니까요. 흔들어서 소리가 나면 빈 도시락이었습니다. 내 벤또는 언제나 소리가 났습니다. 빈 벤또였으니까요. 어머니는 벤또를 싸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빈 벤또를 들고 다녔습니다. 그마저 들고다니지 않으면 다른 아이들이……. 운동장 가에 있는 수도에서 벤또에 물을 담아 마시면 배가 불렀습니다. 우리집 식구들은 점심을 건너뛰며 살았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하여 그런 걸 낸들 어떡했겠습니까 적게 먹는 게 좋다는 걸 먼 훗날 알았습니다. 그래서 벤또가 빈 벤또가 날 이만큼 건강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인터넷 경향신문 아침글밭에서..

출처 : 밀양동명중17기
글쓴이 : 허공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