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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법 개정은 의미 있는 진전

허 공 2018. 4. 7. 07:00
“산안법 개정은 의미 있는 진전, 하지만…”
대체로 개정 취지 공감하면서도 법안 평가 엇갈려
민·산·학 의견 수렴 후 세부 각론 조정 필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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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와 균열일터 산업안전 차별해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산재 분야 민·산·학 전문가들의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규정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번 개정은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이뤄진 전부 개정으로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자를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는 게 목표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와 균열일터 산업안전 차별해소 토론회’에서는 입법을 앞둔 산안법 개정의 의미를 조망하고 남겨진 과제들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산재 분야 민·산·학 전문가들은 노동현장의 산재 발생을 줄이고 예방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선 산안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그러나 참여주체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산업계 특성을 반영하듯 발언자 별로 세부 규정과 지침 등 각론에서는 큰 폭의 입장 차가 드러났다.


◆학계, “개정 취지는 공감…의견 수렴해 모호성 없애야”

토론자 대표로 발제에 나선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개정안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임기응변식으로 이뤄진 기존의 제도 개선 방식과 달리, 적용 대상을 한정하고 원청의 책임을 강화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법안의 실제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선 일부 규정의 개념 범위가 모호한 점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개정안에서 ‘근로자’를 법 적용 대상으로 특정한 점은 기존 근로계약의 틀을 탈피해 모든 노동자를 법적 테두리 안에 넣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현재 다양한 형태의 고용방식이 존재하고 외주화가 확대·가속화하고 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반영해 ‘근로자’ 개념의 구체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청 책임 강화와 관련해서는 “회사 대표이사 등이 안전·보건 관련 계획을 이사회 보고토록 의무화한 것은 사업경영층이 산업안전에 관심과 주도적 의지를 갖도록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영 과정에 노동자가 참여하는 방식이 아닌, 노사정 공동의 과제로 산재를 다룰 수 있도록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관한법률’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계, “노동계 참여 배제는 뼈아픈 실책…전면 보완 필요”

노동계에서는 일부 규정의 개정에 대해선 “진일보한 개정”이라고 평하면서도, 입법 과정에서 노동계의 참여가 배제됐다는 점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노동현장의 제1의 이해당사자인 노동계를 제외한 채 만들어진 법률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냐는 비판이다.

조기홍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본부장은 “이번 개정안은 소수 전문가와 정부 관료가 주도해 만든 부실의 산물”이라며 “노사와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산재 예방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개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의 문제점으로는 학계와 마찬가지로 개념의 모호성을 꼽았다.

조 본부장은 “개정안은 ‘산재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급박한 위험’이란 개념의 정의와 해석이 모호해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며 “안전보건조치가 미비한 경우를 작업중지 요건에 포함시키는 것과 함께 노동자대표·명예산업안전감독관에게 작업중지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개정안에서 도급금지 작업이 확대된 것을 두고서는 “도급승인 제도를 강화한 것은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건설현장 외에도 위험의 외주화가 만연한 만큼 상시 유해 위험성이 있는 작업은 도급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영계, “법 적용 대상 확대·도급 금지 등 과잉 규제 우려”

경영계에서는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가장 큰 입장 차를 보였다. 근로자의 부주의나, 직종별 특성에 따른 요인들은 고려하지 않고 법적 처벌 근거만 마련할 경우 과잉 규제가 될 수도 있다는 반발이다.

전승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산업안전팀장은 “도급인 사업장 내 하청근로자의 보호를 위한 원청의 안전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이번 개정은 근로자의 부주의, 업무상과실 등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감독해야 할지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도급·재하도급 금지의 경우에도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의 유지·증진이 목적일지라고 기업 간 계약체결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며 “하청근로자 보호 문제는 전문성 확보와 도급사업장 안전관리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쟁점으로 부상한 ‘작업중지’에 대해서도 “개정안의 규정은 작업중지 요건을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여러 부작용을 고려할 때 작업중지는 현행법을 따르는 게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작성 : 2018년 03월 20일(화) 17:04
게시 : 2018년 03월 20일(화) 17:04


김광국 기자 kimgg@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