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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특단의 조치' 언급만.. 의료계 "일상회복 멈춰야"

허 공 2021. 12. 14. 07:02

이진경 입력 2021. 12. 14. 06:02

방역전문가 "실기 우려" 경고

코로나 위험도 전국 최고단계
오미크론 2주 만에 100명 넘어
잠복기도 없이 연쇄 감염 확인
정은경 "사적모임 축소 등 검토"
보건노조·감염학회 등 성명 잇따라
"지금 병원 현장은 아수라장·전쟁터
간호사들 끼니 거르고 업무 도맡아
코로나 중환자 병상 마련하느라
일반 환자 제대로 치료도 못 받아"
"재택치료·병상대기자 관리도 엉망
이대론 심각한 인명피해 발생 우려
의료체계 재정비 장기전 준비해야"

방역패스 의무화가 시작된 13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 방역패스 적용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도가 수도권에 이어 비수도권도 최고 단계인 ‘매우 높음’으로 격상됐다. 위중증 환자·사망자 수 급증에 더해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도 전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언급하고는 있지만 경제에 미칠 부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반발 등으로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주간(12월 5∼11일) 위험도 평가 결과, 전주에 ‘중간’ 단계이던 비수도권 위험도가 ‘매우 높음’으로 첫 상향됐다. 전국 위험도는 3주 연속, 수도권은 4주 연속 ‘매우 높음’이다.

병상 상황이 빠르게 악화한 것이 주요인이다. 이 기간 중환자실 병상가동률은 78.3%에서 79.1%로 뛰었다. 수도권은 80%대 중반이고, 비수도권은 62.8%에서 68.5%로 올랐다. 의료대응역량 대비 발생 비율은 전국 110.3%로 한계치다. 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6068명으로 전주보다 38% 증가한 가운데 비수도권 확진자 발생(1477명)도 1000명을 돌파했다.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는 615명, 사망자는 401명이었다.

1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종합운동장 부설주차장 드라이브스루 임시선별검사소 주위로 검사를 기다리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감염자는 국내 발생 2주 만에 100명을 넘었다. 이날 0시 기준 감염자는 114명으로, 해외유입 26명, 국내 발생 88명이다. 여기에 25명이 의심사례로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방역 당국은 오미크론의 강력한 전파력에 우려하고 있다. 방대본이 오미크론 감염자 29명을 분석한 결과, 평균 세대기가 2.8∼3.4일로, 델타 추정 세대기 2.9∼6.3일보다 짧았다. 세대기는 A의 증상 발현일부터 A로부터 감염된 B의 증상 발현일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보통 코로나19는 무증상 잠복기를 지나 증상 발현 이틀 전부터 전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미크론은 감염 즉시 다른 사람을 전염시킨다는 뜻이다. 전남 함평 오미크론 집단감염 사례를 보면 확진자들은 지난 4∼5일 서울 가족 모임 다음 날 출근과 어린이집 등원을 통해 전파됐는데, 잠복기 없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접촉·감염·전파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거리두기 강화를 준비하며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KBS 대담에 출연해 “코로나19 의료대응 역량을 확충하고 3자 접종으로 고령층 면역도를 올릴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사적모임 인원 축소와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등을 어떻게 하면 효과가 있고, 손실보상도 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결정 시기를 놓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일상회복을 잠깐 쉬어가는 건 정책 실패가 아니다”며 “빨리 결단을 내리지 않고 이번 주에도 상황을 지켜본다면 피해는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회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노조 본부에서 코로나19 의료대응체계 점검 및 현장 증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일상회복 중단과 인력 확충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계 다다른 최일선 의료계 “일상회복 2주간 멈춰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병상·병원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고, 전쟁터입니다.”

13일 보건의료노조의 ‘코로나19 의료대응체계 점검 및 현장 증언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수경 국립중앙의료원 지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의료원은 코로나19 중증 환자부터 중등증환자까지 모든 환자를 담당한다. 안 지부장은 “증상이 조금이라도 호전되면 다른 병상으로 전원하고 퇴원하는 일이 하루에도 수차례 발생한다”며 “간호사들이 환자 이송, 배식, 식사 보조, 화장실 청소 등 모든 일을 맡고 있다. 근무 중 끼니를 거르고, 제시간 퇴근은 꿈도 꿀 수 없다”고 의료 현장 모습을 전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현장은 아수라장”

코로나19 대응 최일선에 있는 의료현장에서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을 멈추고, 피해를 줄일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중환자는 늘어나는데 재택치료자와 병상대기 중 환자 모니터링 등 업무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날마다 사망자를 지켜보는 것도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다. 이들은 코로나19 환자에 병상을 내주는 바람에 일반질환 중환자들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보건의료노조 긴급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미화 전남대병원 정치부장은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마련하느라 뇌졸중 치료병상과 소아중환자 병상을 줄였다”며 “간호사 1명이 뇌졸중 환자 4명을, 간호사 2명이 소아중환자를 돌보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뇌졸중 환자는 증상에 따라 수시로 검사, 시술하고 여차하면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인력이 모자라 돌봄이 힘겹다고 전했다. 또 전남대병원 어린이중환자실은 광주전남지역 유일한 어린이중환자 시설로, 이들의 치료에 차질이 빚어질까 조마조마한 상황이라고 했다.

13일 서울 중랑구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들이 응급 환자용 폐기물 통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김정은 서울시 서남병원지부장은 재택치료, 병상대기자 환자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병상대기관리반을 운영 중인데, 모니터링을 위해 전화를 하면 절반 정도는 체온계·산소포화측정기 등이 담긴 키트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어르신들은 키트 사용법을 모르는 데다 귀가 어두워 의사소통조차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나빠져도 119에 전화하라는 말밖에 할 수 없어 마음이 무겁다”며 “생활치료센터는 반 정도 비어 있는데 고령층과 비만, 당뇨환자 등은 집에서 전담병상 빈 자리가 나길 기다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현장의 난맥상은 9일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기자회견에서도 폭로됐다. 당시 박한나 대전협 수련이사는 “최근 응급실로 실려 오는 심정지 환자 10명 중 1, 2명은 코로나19 확진자”라며 “자가격리 상태에서 호흡부전 등으로 119에 신고했는데 병상을 찾지 못해 이송이 지연되다 심정지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력 쥐어짜기 그만… 일상회복 멈춰야”

의료현장에서는 ‘인력 쥐어짜기’를 그만해야 한다는 호소가 쏟아진다. 김현태 원주연세의료원 지부장은 “정부가 병상 확충 행정명령서를 내리면서 인력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아무런 말이 없다”며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는 건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현장은 한목소리로 일상회복을 중단하고 의료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김현태 지부장은 “이제는 한계점이다. 이제는 멈춰서 어떻게 환자들을 치료하고, 어떻게 우리 스스로 역할을 만들지 재설계해야 할 때”라며 “그렇지 않으면 사망자 카운트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3일 서울 구로구 미소들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병동에 들어가기 위해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위드코로나에 대비하는 의료대응체계 구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대로 된 장기전을 준비하기 위해 단계적 일상회복을 2주가량 멈춰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대응과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정비 △대응병상 배정 및 병상 운영의 효율성 제고 △재택치료에 대한 세부 지침 마련 △병상 및 인력 확보를 위한 대책 수립 △민간의료기관 긴급 동원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대한감염학회·대한항균요법학회·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도 나섰다. 3개 학회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고, 특히 위중증 환자 수가 빠르게 늘면서 의료체계의 대응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며 “만약 이런 국면을 전환할 강력한 정책이 적시에 발표되고 실행되지 않는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유행에 대한 비상대응계획은 이미 단계적 일상회복 계획에 포함되어 있으며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지금은 의료체계 대응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멈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진경·박유빈 기자, 완주=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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