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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 쇠전골 쇠고기국밥을 기억하나요?

허 공 2021. 5. 15. 17:56

잊지 못할 쇠전골 쇠고기국밥집

매달 3일과 8일은 수산 장날이다.

60년대 수산 5일장은 근동 사람들의 만남의 광장이다.

졸업 후 못 만난 동창생 출가한 딸들이 부모를 만나는 장소~~

평소에는 만나기 어려운 사돈들도 만나 서로 안부도 묻는 날이다.

 

돈이 될 거라면 뭐든지 이고 지고 주섬 주섬 수산장으로 모여든다.

쌀 보리쌀 암탉은 물론이거니와 계란 부추 호박 깻잎 등~~

무엇보다 집의 전 재산으로 간주하는 소를 거래하는 쇠전골.

 

대사 백산 쪽 학생은 등교 시  교장선생님 사택 작은 쪽문을 이용한다.

근데 하교 시에는 그 문을 잠가 뿌리기 때문에 정문을 거쳐 하교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쇠전골을 거치게 된다,

그 앞을 지날라면은 서 말지기 무쇠솥에서 종일 달긴 그 소개기 국밥 냄새.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소를 판 주인을 위로한답시고 중매쟁이가,

무학 깡 소주 한되 병을 앞에 놓고 그 국물을 안주삼아,

한숨반 콧물반 훌쩍훌쩍 마신 술로 불그레 달아오른 우리네 어르신들!

 

그 광경을 보노라면 3,4월 기나긴 봄에 도시락도 사 오지 못하고,

허기진 배를 물로 달래던 그 시절 그 냄새는 정말 환장해 뿌린다.

 

그런데 그렇게도 오매 불매 먹고 싶던 그 소개기 국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1963년 봄 경남도민 체육대회에 중등부 배구 밀양 대표로 바로 우라가 뽑혔지요

선수는 수산(영창 석봉 판용), 대사 (종명 관환 민건 ), 백산(연길), 명례(판덕),

반월( 창기 재형), 오산(갑석)이다.

 

수산 아들 3명을 제외한 애들은 소위 합숙을 하게 되었는데,

그 숙소가 바로 쇠 전골 장국밥 집이었으니,

시새 말로 이게 꿈이야 생시야!

 

빈약한 학교 재정이 8명 15일 숙박비도 부담하지 못해,

쌀은 각자 집에서 가져오고 잠 하고 반찬만이 그 집에서 대는 조건이지만,

  내가 필요한 건 반찬으로 나올 소개 기국이니깐 그건 어떠랴?

 

아! 이를 어쩌랴! 한 이틀이 지나고 나니 내 기대는 산산조각 나 버린 거라.

소개기국은 어디로 가버린 지 오래이고 오전에 수업하고 오후에 연습하는,

한창 먹을 나이 아이들은  배가 고파 미칠 지경이다.

 

그런 사정을 알았는지  밤늦은 시간에 쪽문을 두드리는,

3,4명의 여인(?)들이 광주리에 국수. 감자 삶은 것을 담아 ,

달 밝은 낙동강 뒷 둑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며 몰래한 데이터~~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쇠전골 장국밥 집과 낙동강 둑에서의 몰래 데이터!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날의 마지막 밤을!

 

 

출처 : 허공의 휴 유정사

글쓴이 : 허공 (虛空) 원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