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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추석 한가위는 즐거운데 하필 여자들은 죽을 맛인고~~~(?)

허 공 2018. 3. 30. 10:22


명절은 정말 좋다 고부간 동서 간 시누이올케 간 아이들 4촌 6 촌간 친척 어른들 찾아뵙고

평소 못하던 인사 나누며 2~3일만 고생(?)하면 이 시대 엄마들의 진짜 마음을 듣다!
한가위 희망 풍경 

“추석이 즐겁다고? 결혼 전 엄마가 차려준 차례 음식 먹을 때 얘기지….” 나만 쏙 빼놓은, ‘그들만의 축제’라며 한숨 푹푹 내쉬는 우리 엄마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아직도 주부들에겐 명절이 마냥 즐거울 수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앓는 소리를 하며 명절과 전쟁을 치러야 할까? 온 가족이 즐거운 축제 같은 추석을 꿈꾸며, 3040 엄마들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상상만 해도 즐거워지는 한가위 희망 풍경 5.

희망 풍경 01 남편이 제안하는 특별한 휴가

평화롭던누구는 중추절이 ‘중노동 절’로 변한 건 결혼과 함께 3남매의 맏며느리로 입문한 16년 전이다. 6시간 동안 가부좌로 각종 전을 대량생산(?) 해야 하는 건 기본, 송편과도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질지도, 되지도 않은 ‘찰진 떡 반죽’을 향한 길고 긴 여정은 어김없이 ‘손목 시큰거림’이라는 후유증을 남긴다. 다행히 설거지 등 뒷정리를 돕는 동서가 있지만 뭘 해도 “형님, 어떻게 할까요?”라며 뒷짐만 질뿐이다. 차례상, 명절 오후부터 밀려드는 친척 접대를 위한 음식 장만은 오롯이 맏며느리 몫이다.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맏며느리냐”며 볼멘소리가 절로 나온다.


물론 병풍 걷고, 상 꺼내고, 30시간 TV 본 것밖에 한 일이 없으면서 “나도 도와줬다”고 생색을 내는 남편도 너그러이 이해할 수 있다. 또 “1년에 몇 번 없는 명절, 많지도 않은 형제가 모이는데 여자들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시어머니의 의중을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힘든 명절을 보낸 뒤 여자들에게도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명절이면 으레 생기는 서운한 일들, 괜스레 누군가가 원망스러워지는 마음을 떨쳐버릴 수 있으려면 잠시라도 일상에서 벗어날 여유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남편만은 이런 아내의 마음을 눈치 채야 하지 않을까. 냉정하게 말한다면 다른 집도 아니고 자기 집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발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일한 것 아닌가.


거창한 말이나 번지르르한 대가를 바라는 건 물론 아니다.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명절이 끝난 뒤 아내에게 “수고했어. 친한 친구와 가까운 곳에 가서 하루쯤 쉬다 와. 괜히 집 비운다고 반찬이며 이것저것 준비하지 말고 홀가분하게 다녀와. 알았지?”라고 얘기하는 남편의 센스! 올 추석에는 기대해봐도 될까?

희망 풍경 02 “올케 언니,

기다리지 말고 친정 가세요”
1남 1녀 집안 외며느리인 누구는 명절 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낀다. 손아래 시누이가 ‘시누이 노릇’을 톡톡히 하기 때문. 애써 차린 음식 앞에서 본인 시댁 음식과 비교하며 “맛이 있네, 없네” 품평하는 건 기본이다.

 

상 차리랴, 치우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뻔히 보면서도 “시댁에서 며느리 노릇 실컷 했으니 친정에서는 쉬겠다”며 소파에 길게 드러눕는 모습을 볼 때마다 속에서 뜨거운 ‘무엇’이 치밀어 오른다.
상황이 이쯤 되면 “저러니 시누이지, 달리 시누이겠냐”는 시어머니의 달램도 아무 소용이 없다. ‘친정에 와서 긴장이 풀어져 그러겠거니, 시어머니도 민망하셔서 저런 말씀하는 게지’라고 마음먹어도 표정 관리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진짜 울화통이 터지는 건 명절 때마다 거북이가 되는 시누이의 행태다. 꼭 저녁 무렵에나 친정에 오는 시누이 때문에 명절 당일 친정에 가본 기억이 까마득하다.
해마다 반복되는 짜증 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여러 꼼수(?)를 부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친정 갈 채비를 하면 “(벌써) 가려고?”라며 못내 서운해하는 시어머니가 마음에 걸리고, 동생네를 보지 못했으니 “처가 갔다가 다시 오자”는 남편과는 잘못하면 대판 싸울 뻔해 그나마도 관뒀다.


명절 치르느라 수고했다는 말은 바라지도 않는다. 같은 여자인데 시누이가 한 번쯤 역지사지의 정신을 발휘해줬으면 소망, 참 소박하지 않은가. “나 기다리지 말고 올케 언니 친정 가세요”라는 말 한마디를 들을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희망 풍경 03 부부 관계까지 해치는 과한 음식 마련 No!

올해로 결혼 10년 차인 맞벌이 주부 누구는. 아이를 둘이나 낳았건만 10년 전이나 요즘이나 명절 풍경은 똑같다. 전날 아침부터 오후 10시가 넘어도 끝나지 않는 일, 추석 당일 오전 6시부터 일어나 다시 시작되는 나물 볶기와 차례상 차리기 그리고 설거지… 한숨만 나온다. 가장 큰 불만은 상다리 부러뜨리는 음식 장만. 신소영 씨는 명절 전 시어머니와 함께 장보는 게 두려울 정도다.

 
손님도 오지 않는 명절에 손 큰 시어머니는 어김없이 음식 재료를 잔뜩 마련한다. 콩나물 1킬로그램, 시금치 3단, 생선은 제일 큰 것으로 5마리… 시장바구니가 금세 포화 상태에 이른다. 누가 다 먹을까 걱정이 되지만 정작 시어머니는 음식이 부족할까 봐 노심초사.

 

게다가 본격적인 음식 준비에 들어서면 남편 뒤통수가 그리도 얄미울 수가 없다. 신혼 때는 안마도 해주고 따뜻한 말이라도 했지만, ‘나 몰라라’한 지 오래다. 전 부칠 때 애라도 봐주면 좋으련만…. 휴일인 양 TV 보며 박장대소하는 남편을 보노라면 좋던 부부 관계까지 나빠진다. 음식 장만이 이래저래 여럿 피곤하게 만드는 셈. 게다가 향후 제사를 물려줄 때 ‘너도 이렇게 해라’ 하는 암묵적인 지시인 것 같아 마음이 영 불편하다.


남는 음식은 고스란히 신소영씨의 몫이다. 냉동실로 직행, 애물단지가 될 게 뻔하지만 시어머니 눈치에 바리바리 싸들고 온다. 10년이나 된 고부 사이, 서로 알 만큼 아니 편하게 지내면 안 될까? 올해 명절 장보기엔 ‘며느리 짬밥’으로 용기 내어 말해야겠다. 제발 조금만 사자고!

희망 풍경 04 “멀리 살아도 역시 우리 며느리가 최고”

결혼 11년 차 누구는 추석 때면 시골에 있는 시댁에 내려갈 짐을 꾸리는 게 일이다. 갈아입을 옷에 한가위 선물, 아이를 위해 차 안에서 먹을 군것질거리까지 준비할 게 한둘이 아니다.


한바탕 짐 싸기에 체력을 소모하면 이제 본격적인 귀성 전쟁이다. 평소엔 4시간이면 충분했을 텐데 15시간 넘게 걸려 시댁에 도착하면 온몸은 파김치. 하지만 달콤한 휴식은 그림의 떡이다.


며느리가 내려오기만 기다린 시어머니와 함께 곧바로 음식 장만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 송편 빚고, 전 부치고, 생선 찌고, 산적 굽고…. 김신영 씨는 “하루 종일 시골 부엌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음식 만들다 보면 방 안에서 한가위 특집 방송을 보며 껄껄 웃는 남편과 시동생들이 얄밉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


멀리 사니 명절 때만이라도 며느리 노릇 제대로 한번 해봐라’는 식으로 모른 척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도와줬으면 더 바랄게 없으련만…. 멀리 산다고 며느리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편견은 이제 사라질 때도 되지 않았을까?

희망 풍경 05 신세 한탄 대신 화목한 웃음소리!

“아이고 내 팔자야~ 이놈의 박복한 내 인생…!” 늦봄 결혼식을 올린 누구는 그해 추석 느닷없는 신세 한탄에 잠이 깼다. 시집온 첫해, 첫 명절에 웬 곡소리? 게다가 모두 즐거워야 할 추석 아침에…. 벽을 넘어 들려오는 흐느낌의 주인공은 칠순을 훌쩍 넘은 김 씨의 홀시어머니다. 귀를 기울여보니, 사연인즉 이렇다.


20년 전, 7남매 장녀인 시어머니는 살림이 힘든 동생들을 데리고 살았더란다. 그때만 해도 김씨의 시댁은 음식점을 서너 개 운영할 만큼 형편이 좋았고, 7남매 중 가장 잘 살던 시어머니는 먹고살기 힘든 동생들을 데리고 있었다. 몇 년 뒤 동생들은 자수성가했지만 시댁은 연이은 사업 실패로 가계가 위축되었다. 그런데 무슨 사연인지 동생들은 젊은 시절 신세를 진 시어머니에게 하나 둘 서운함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그것이 결국 ‘명절날=곡소리’ 상황으로 이어진 것. 남편 먼저 보내고 형제간 우애까지 잃었으니 헛헛한 마음이야 십분 이해하지만, 명절날 신세 한탄은 갓 시집온 며느리를 바짝 긴장시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차례를 지낸 뒤 큰집 어르신까지 모이니, 집 안은 온통 신세 한탄장이 되더라고. 들어주는 이 하나 없건만 어르신들의 신세 한탄은 그칠 줄 몰랐다. 큰아버지는 몸이 아파서, 작은어머니는 돌봐주는 자식 하나 없어 서럽단다.


그리고 10년, 시집온 지 10년이 지났건만 명절을 알리는 시어머니의 신세 한탄은 여전하다. 급기야 지난 설날에는 세배 뒤 시어머니께 덕담 대신 “내가 빨리 죽어야지 너희가 고생을 안 하지”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올 추석에는 또 어떤 신세 한탄이 이어질지, 김 씨는 못내 걱정스럽다. 그저 한가위 둥근달을 보며 신세 한탄 없는 화목한 추석을 빌어볼 뿐이다.


출처 : 밀양동명중17기
글쓴이 : 허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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