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지현 입력 2022. 05. 08. 08:00 댓글 238개
혼인신고를 하지않은 사실혼 배우자는 이혼시 재산분할은 요구할 수 있지만, 재산 상속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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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SOS]
미국 시민권자인 A(30)씨는 최근 한 달 넘게 한국에 머물면서 상속 관련 세무·법률상담을 받고 있다. 올해 초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갑자기 ‘새엄마’라며 나타난 B(55)씨 때문이다. 알고 보니 아버지와 10년 가까이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B씨는 부친 사망 일주일 전 혼인신고를 했다.
아버지는 10년 전 A씨의 어머니와 이혼한 뒤 한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했다. 아버지의 재산은 법인 지분과 부동산, 현금 등을 포함해 100억원 상당이다. B씨는 변호사를 통해 배우자 몫인 40억원가량의 상속재산을 요구해왔다. A씨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위독했는데 혼인 신고를 한 게 의문”이라며 “혼인 무효소송 등 법적 다툼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100억 재산을 둘러싼 새엄마와 피상속인 자녀 간의 상속 분쟁이 벌어진 것이다. 법적으로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상속 순위와 상속 지분에서 먼저 보호를 받는다. 상속 순위는 자녀와 손자녀(직계비속)가 1순위고, 부모와 조부모(직계존속) 2순위다.
배우자는 1·2순위 상속인과 공동상속인이다. 상속 지분은 배우자와 자녀의 분할 비율이 1.5대 1로 배우자가 더 크다. 이때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한 법률상 배우자에 한정된다. 사례 속 B씨가 만일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면, 상속 순위와 상속분 모두 보장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곽종규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변호사는 “많은 경우 헷갈리는 데 이혼할 때는 사실혼 배우자도 (자신의) 기여도에 따라 재산 분할을 요구할 수 있지만, 사실혼 관계의 상대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에 재산 상속권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2014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민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다만 일부 법률 규정에서는 사실혼 배우자를 보호하기도 한다. 국민연금법이나 근로기준법, 공무원연금법 등은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유족연금의 혜택을 보장한다.
가족간 재산 다툼을 막는 첫 단추는 피상속인의 유언장 작성이다. 분쟁 여지가 크다면 자필증서보다 공정증성에 의한 유언이 낫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앞선 사례를 비롯한 가족 간 재산 다툼을 막는 첫 단추는 피상속인의 유언장 작성이다. 피상속인 생전에 유언을 통해 재산 분배 의사를 명확하게 해두는 것이다. 특히 앞선 사례처럼 소송 여지가 있을 경우 유언장은 직접 쓰는 것(자필증서)보다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 공통된 의견이다.
이인철 이혼전문변호사(법무법인 리)는 “(공정증서는) 피상속인이 두 명의 증인 앞에서 유언을 남기면 공증인이 유언장을 작성하고 보관하는 방식”이라며 “유언장 원본을 공증인이 보관하기 때문에 분실·위조 위험이 없고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유언대용신탁도 가족 간 갈등 없이 재산을 상속·증여하는 방법이다. 신탁자(유언자)가 보험을 제외한 전체 자산을 맡기면 금융회사가 피상속인 생전에는 자산을 관리하고, 사후에 재산 집행을 책임지는 서비스다.
유언대용신탁의 가장 큰 장점은 유류분 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피상속인의 상속 의사와 상관없이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이 유류분이다. 배우자와 자녀의 유류분은 법정 상속분의 50%다.
배정식 가온 패밀리오피스센터 본부장은 “2020년 유언대용신탁에 맡긴 자산은 유류분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며 “판결이 바뀌지 않는 한 신탁 재산은 가족 간 유류분 다툼에서 안전하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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