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입력 2021. 08. 30. 00:04 수정 2021. 08. 30. 05:37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지난 27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경제가 기대만큼 광범위하게 발전한다면 올해 안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이 처음으로 ‘연내 테이퍼링’을 공식화한 것이다.
Fed는 지난해 6월부터 매월 국채 800억 달러(약 93조6000억원), 주택저당증권(MBS) 400억 달러씩 사들이는 양적 완화 정책으로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그런데 마침내 돈줄을 죌 수 있다고 천명한 것이다.
그런데도 ‘긴축 발작’은 없었다. 기준금리 인상엔 확실하게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파월은 “Fed가 테이퍼링에 착수하더라도 이를 금리 인상 신호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며 “향후 테이퍼링 시기와 속도가 금리 인상 시기에 관한 직접적인 신호를 전달한 것 역시 아니다”고 쐐기를 박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자산운용사 SSGA의 마이클 아론 최고투자책임자는 미 CNBC 방송에 “(파월의 발언은) 금리 인상은 아주아주 먼일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월의 발언 직후 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올렸다. 한국이 코로나19 이후 주요국 중 처음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며 지난해 5월 이후 기준금리를 최저수준으로 유지했던 두 나라의 동행에는 15개월 만에 마침표가 찍혔다.
당분간 한은과 Fed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한은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까지 시사하고 있어서다. 지난 26일 금통위는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도 않지만, 지체하지도 않을 것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금리 인상의 칼을 뺀 것은 가계 빚 급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급등으로 인한 금융 불균형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 총재는 “금융 불균형이 이번 조치(기준금리 인상) 하나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이 총재가 “집값만을 위해 (금리 인상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각종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총재가 결과적으로 ‘집값 파이터’로 총대를 멘 모양새가 되고 있다.
반면 ‘고용 파이터’를 자처하는 파월은 여전히 긴축에 ‘신중’ 모드다. 고용 때문이다. Fed가 긴축의 전제조건으로 꼽은 2%대 물가상승률과 완전 고용(실업률 3%대) 중 고용은 목표에 이르지 못했다는 게 파월의 생각이다. 파월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에 따른 향후 경제 지표와 진행 중인 리스크를 신중히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1%대로 근접한 은행권 예금금리
파이낸셜타임스(FT)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Fed의 정책적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다음 달 3일 나오는 8월 고용지표가 6~7월처럼 호조세면 11월 FOMC에서 테이퍼링을 선언할 것”이라며 “8월 고용지표가 한쪽으로 뚜렷하게 나오지 않으면, 테이퍼링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은 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0.2%포인트 안팎으로 올리면서 시중은행의 수신금리가 1%를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지난 7월 기준 연 0.91%였다.
케이뱅크는 지난 28일 ‘코드K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1.4%로 올라간다.
신한은행도 30일 예·적금 금리를 0.2~0.3%포인트 인상한다.
NH농협은행도 다음 달 1일 예·적금 금리를 0.05~0.25%포인트 올릴 계획이다.
국민과 하나은행 등도 다음 달 초 예·적금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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