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면 하자"
초등학교 5학년 때 예쁜 여선생님이 전근 왔다.
우리 집은 학교 근처에 있어 학교 운동장이 바로 우리들의 놀이터다.
특히 학교의 우물이 깊어서 여름이면 찬물을 뜨어 곧장 학교 우물을 찾는다.
여름방학을 맞은 그 날도 엄마가 오이 멱국 만든다며 찬물을 떠 오라 하여 학교 우물을 찾았다.
그때는 방학인데도 그 여선생님은 당직하면서 자기 반 미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미화 작업이 힘들었든지 물을 떠 가는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책상과 의자를 포개 그 위에 내가 올러 가서 높은 곳에 그림을 붙이는 일이다.
밑에서 흔들리는 책걸상을 꼭 잡고 있던 선생님이 킥킥 웃고 있었다.
" 아이고 00이 어른이 다 되었네" 사리마다도 없이 삼베 땅 주봉을 입은 내 것을 본 것이다.
세월이 흘러 내가 중학생이 되고부터는 생활필수품 구매를 등교할 때 내보고 부탁한다.
그런 일이 중학 3년 봄까지 계속되었으나 싫지는 않았다.
그해 봄 경남도체전이 진해에서 열려 우리 학교는 밀양 중학 대표로 여선생님은 일반 여자대표로 출전하다.
우리가 시합이 없는 날 우리는 배구 일반 여자대표팀 시합장에서 열심히 응원을 했다.
시합 이기고 땀 범법 된 유니폼 입은 선생님이 "너 저녁에 우리 숙소에 오너라 간식 가져가서 나눠 먹어라~~"
설레는 마음을 추측이며 숙소에 가니 어느덧 어두웠고 비까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 아이고 어쩌나 내일 너희 시합인데~~내가 우산을 쓰고 같이 데려다줄게"
오는 길에 우연인지 계획된 일인지 진해 제황산공원에서 데이트를 했다.
하나의 우산을 두 사람이 쓰니 자연스럽게 두 몸이 밀착된다.
중3 학년 건장한 운동선수와 이혼한 중년여성(그 후에 알았음)의 밤 데이트~~
숨소리는 거칠어지고 두 사람은 이상한 행동 직전까지 가려고 할 때 갑자기
" 너 선생님 좋아하지? 선생님도 네가 좋다. 그러나 지금은 운동도 공부도 열심히 해라~~"
그날이 지나고부터는 학교 갈 때 꼭 선생님이 등교하는 내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해 겨울 고교입시 공부가 한창일 때 추운 그녀의 자취방으로 나를 불렀다.
따뜻한 쌀밥 저녁을 먹이고는 나를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고교합격 통지서 받는 날 그때 만나자"
다음 해 고교합격통지서를 가지고 그녀의 자취방으로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간다.
어딘지 모르게 우울한 얼굴로 나를 대하며 " 나는 아이가 있는 이혼녀다" 며 과거를 얘기하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원하고 있었다.
그 순간 "더 크면 하자" 며 모든 것을 중단해 버렸다.
암말 없이 그 선생님은 울면서 밖으로 나가 버렸고 그 후로는 아직도 만나지 못하다.
뭐가 커야 하며 뭘 하잔 말인가? 지금도 나는 그 말의 뜻을 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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