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전기사업법 제도하에서는 실질적인 전기화재예방시스템 구축에 한계를 보인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기화재로 인한 국민생활 위협,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를 주제로 ‘전기화재 재발방지대책 및 예방시스템 구축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발제를 맡은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전기사업법 위주의 전기안전관리의 한계를 꼬집었다. 사업용 전기설비를 위주로 하는 전기사업법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전기화재예방 대책도 소용이 없다는 것. 이와 관련 전기시설에 대한 전반적 안전관리가 가능한 제도와 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최근 전기화재 발생건수와 인명피해를 살폈을 때, 대부분 전기화재 감축에 성공한 해가 없다. 현재 우리 전기화재관리시스템으로는 전기화재 감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며 “획기적으로 전기안전사고를 감소시킬 수 있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또 “전기사업법 자체는 전기사업자들의 전기설비 시설과 관리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제도로 국한되기 때문에 일부 위험성을 갖고 있는 시설들은 전부 이 법안에서 분리된 실정”이라며 “당장 콘센트를 +극과 -극을 구분해 사용토록 하려고 해도 법안 5개를 제정해야 한다. 전기설비의 화재위험 기준을 명확하게 선진국 기준으로 만들려고 해도 안전에 관한 법안이 산재된 상황이어서 쉽지 않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김정회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관 역시 “정부는 최근 전기안전관리법 제정을 위해 많은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전기사업과 안전을 모두 한데 담은 전기사업법으로부터 안전을 분리시키자는 게 이 법안의 기본”이라며 “전력산업계의 많은 공감을 얻어냈고, 가능한 한 빨리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법 제정이 논의돼 합리적인 법안이 만들어지도록 지속적으로 의견을 전달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족한 전기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이연 전기안전공사 안전이사는 “최근 세일전자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와 관련해 직접 현장을 찾아 원인조사를 한 결과 다양한 문제를 찾을 수 있었다. 천장에서 처음 화재가 시작됐는데 전기배선의 마감처리도 허술했고, 이중천장 속 배관 일부가 불에 잘 타는 배관이었다”며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자격 전업사, 인테리어 업체 등이 불법으로 시공하는 문제가 근절되지 않아서다”라고 말했다. 문 이사는 또 “단순히 가격경쟁에만 의존하는 현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완벽한 시공과 검사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철희 전기공사협회 기획처장도 세미나에서 불법 시공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크고 작은 전기화재의 원인 가운데 무등록업체의 불법시공에 따른 영향도 적지 않은 만큼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조 처장은 “전기공사업법 개정을 통해 무등록 시공자의 처벌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제도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무등록업체의 불법 시공으로 전기재해가 발생할 때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만큼 불법 시공 방지를 위한 개보수공사 신고 의무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처장은 또 “전기화재 요인을 반영한 전기안전등급제 도입과 다중이용시설 등 노후 전기설비에 대한 적극적인 안전점검을 통해 전기화재를 예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는 또 전시식 한전 배전운영실장이 패널로 나서 고성‧속초 등지에서 발생한 산불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설명했다.
전 실장은 “현재 화재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가용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이달 말까지 산악지형 인근 선로를 전수조사할 예정”이라며 “송배전 설비 안전의 근본적인 강화를 위해 집중 강화지역을 선정해 안전기준을 높일 계획이며, 강원도 영동지역과 같이 강풍이 반복되는 특수한 지역에는 별도의 기준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아크발생을 최소화한 기자재 개발 등에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한전은 현재 산불 원인과 관련된 수사에 성실히 응하고 있으며, 결과가 나온다면 이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