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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의 로멘스를 즐기는 부산 서면일대 콜라텍 탐관기

허 공 2018. 3. 26. 20:48

2014/04/05

60대가 애인이 있으면 조상의 은덕이며

70대가 애인이 있으면 신의 은총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홀로 된 노인들에게는 콜라텍은 이성을 만나 부담 없이 즐기는 장소다.

천 원의 입장료면  주변 눈치 볼 필요도 없이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는 곳.

 

부산 서면 일대  콜라텍 체험하기

서면 부전시장 입구 대형약국이 줄 비한 그곳 오후 1시쯤

로또 콜라텍 현대 스포츠 간판이 달린 5층짜리 낡은 건물에는

얼핏 보기에도 60을 훨씬 넘긴 듯 보이는 남녀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러가면 계단 입구에서 입장료 1,000원을 받는다.

보관소 앞에는 "500원, 맡기지 않을 소지품은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경고문.

500원을 주면 플라스틱 바구니나 옷걸이에 옷이나 가방 소지품을 맡긴다.

 

빼곡하게 들어찬 보관소 앞에는 짙은 화장과 계절 지난 옷을 입은 여성들과

넥타이와 정장 또는 남방에 등산 티를 입은 그저 그런 사람들로 복잡하다.
끊임없이 들어서는 남녀 고객들은 보관소 앞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 보이는 사람들의 안부를 짧게 묻고는 서둘러 콜라텍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텔레비전을 보며 극장 같은 휴게실 있으며,

스넽광장에는 등받이 없는 의자에는 남녀가 쭉 눌러앉아

눈알을 이리저리 돌리며 누군가와 도킹이 이루어지기를 한없이 기다린다.

실내는 빠른 트로트 음악과 사이키 조명에 맞춰 춤을 추는 남녀들로 가득했다.

 

특히 입구 두 세줄은 소위 난 스텝이란 로버트 춤을 추지만,

대부분 일자 춤이라 불리는 트로트. 지르박을 잔잔하게 리듬에 맞춰 추고 있었지만,

간혹은 꼭 끌어안고 부르스를 즐기는 커플도 보였다.

 

춤추는 게 좋아서 매일 콜라텍을 다니는 열성 콜라텍 예찬론자들의 말인즉,

저렴하고 운동도 되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이성 친구도 사귈 수 있으니,

이 나이에 노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이만한 곳이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번 빠지게 되면 헤어 나올 수 없으니 나이 든 후 할 일 없어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오십 대 후반의 한 여성은 자식 다 보내고 시간이 무료하여 친구 권고로 춤을 배웠다며,

솔직히 남자 손잡을 수 있는 곳이 이곳 말고 또 어디 있겠나 교 반문한다.

이 나이에 마땅히 제대로 즐길 장소가 없어서 콜라텍을 찾는다고도 한다.

 

진한 화장에 화려한 옷을 입고 춤을 즐기다 보면 스트레스가 쫙 풀린다는 것이다.
근처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60대의 남자는 일하는 도중 잠깐씩 춤을 즐기고 간다면서,

콜라텍을 다니려면 정식으로 춤을 배워야 한다고 충고해주었다.

 

즐겁자고 콜라텍에 왔는데 상대방이 춤을 못 추면 재미가 없고 즐겁지 않다고 한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보통 3곡 정도를 추는 게 콜라텍의 불문율이기 때문에,

춤을 못 추면서 콜라텍에 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끼는 민폐라고 한다.
그래서 콜라텍에는 초보자를 대상으로 춤을 나라시 해준다는 여성들이 있다.

 

옆 비상계단 불법 흡연실에서 만난 춤쟁이에게 불륜이 되는 커플도 있느냐고 묻자

‘남자 여자가 눈 맞아서 엔조이하는 거야 자기들 선택이 아니겠느냐’며

춤을 추다가 마음이 맞으면 같이 소주도 마시고 차도 마시고 놀러도 다닌다고 한다.
아래층에 줄 비한 명태 대가리 튀긴 것에 소주를 마시는 것이 또한 멋이다.

 

70대의 한 남자는 ‘노인들한테 불륜은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오십이 건 칠십이 건 마음은 다 똑같고 육체관계도 가능하다.

배우자가 없는 남녀끼리 육체적 관계는 불륜이 아니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나는 어떤 의미인지 이해를 못 했지만 다른 노인들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수십 년을 함께 지지고 볶고 살아와 가족으로서의 호적만 남은 기혼자들은,

대부분 혼자 춤을 즐기거나 이성을 만나러 나온다고 한다.

두식이 삼식이라고 푸대접을 당하느니 이성과 춤을 즐기고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집안에서 며느리 손자 눈치 보느니 이게 훨씬 더 낫다는 게 여기 오는 분들의 말이다.

 

 

출처 : 허공의 휴유정사
글쓴이 : 허공 (虛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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