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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안전관리 더 이상 민간시장에 맡길 순 없다'

허 공 2018. 4. 7. 07:03
'전기안전관리 더 이상 민간시장에 맡길 순 없다'
등록 : 2017-12-01
 

'전기안전관리 더 이상 민간시장에 맡길 순 없다'

대행업체 간 저가수주 가속화, 수용가 안전 위협
정부가 대행수수료 기준 제시해야 ‘목소리’

전기안전관리 대행업체간 저가수주가 가속화되면서 수용가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대행업체들의 난립으로 출혈경쟁에 따른 안전관리의 부실을 막기 위해 정부가 대행수수료를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전기안전관리 대행업체 10년새 2배 증가…‘제살 깎아먹기’식 경쟁 속출
현행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1000kW 용량 미만의 전기설비는 소유자 대신에 위탁업체가 안전관리를 대행할 수 있다. 업체들은 대행비용을 받고 일정 기간 동안 전기설비를 점검해준다. 안전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분업화의 일환인 셈이다.
하지만 10년 전에 비해 전기안전관리 업무를 대행하는 회사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업체들간 먹거리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전기기술인협회에 따르면 대행등록업체는 2006년 596개(6618명)에서 2010년 759개(8531명)로 늘더니, 2014년 949개(1만504명), 2016년 1021개(1만1336명)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부분 5인 이하의 영세업체다.
시장은 한정돼 있는 반면 업체가 증가하자 업계는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 많은 수용가를 차지하기 위해 대행업체들은 덤핑수주에 나서게 되고, 저가수주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또 다시 덤핑에 나서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안전공사가 매년 발표하는 권장 대행수수료에 따르면 50~100kW 저압수용가의 수수료는 9만6800원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이보다 낮은 비용으로 계약을 맺는 일이 부지기수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행비용이 더 높은 고압수용가로 가면 가격 차이는 더 심해진다.
실제로 지난 2015년 3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실시한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시중의 대행수수료는 전기안전공사가 권장하는 수수료의 33%~83%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해진 수수료 기준이 없으니 과열경쟁으로 인해 시장가격이 한 없이 내려가고 있고, 전기안전공사 권장 수수료의 절반 이하로 형성돼 있다”며 “더구나 수용가도 가격경쟁을 부추기고 있고, 저가로 대행계약을 체결하다보니 정기점검이 부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출혈경쟁에 따른 안전위협 우려…시장원리에 함몰된 대행수수료
문제는 출혈경쟁으로 수용가의 안전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싼 가격에 많은 현장을 둘러봐야 하니 빼먹거나 부실하게 점검하는 곳이 늘어나는 것이다.
대행면허를 불법적으로 대여해주는 사업자들도 가격경쟁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허를 대행해주는 업체가 10개당 3개꼴은 되는 것으로 안다”며 “걸리더라도 발뺌하거나 교묘하게 속이기 때문에 불법 대여업체를 적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일부 대행업체들은 교통이 불편한 도서나 벽지지역의 수용가에 대해 계약을 기피, 안전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이중잣대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재희 서울과기대 명예교수는 “전기안전관리 대행업무는 설계, 시공, 감리용역과 달리 기술인력 1명이 담당할 수 있는 대행개소와 업무량의 상한선을 정해 강제하는 등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반면 대행수수료는 시장 자율에 맡기고 있어 공공성과 시장성이라는 정부의 이중잣대 때문에 시장질서가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건설과 엔지니어링, 소방 등 타 분야는 각종 용역대가를 정부고시나 지자체 조례 등으로 운영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전기안전관리대행과 유사한 소방 및 산업안전분야는 대행수수료를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실제로 소방시설관리협회의 경우 매년 소방시설 점검수수료 기준표를 공시하고 있다.

◆타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 제기…안전 위해 대행수수료 가이드라인 필요
때문에 업계는 수용가의 안전관리 품질저하를 막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기안전관리 대행수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 대행비용을 맡긴 결과 일부 전기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수준은 땅으로 떨어졌다”며 “정부가 대행수수료 기준을 제시한다면 소비자들 사이의 분쟁과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고, 대한민국 전기설비안전이 높은 수준으로 관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근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전기안전관리대행사업자의 수수료를 장관이 정해 고시하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행업계의 오랜 숙원인 대행수수료 법제화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법안이 20대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송 의원은 “동일한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건설‧소방 안전관리사업자의 수수료는 정부가 고시하는 반면, 전기안전관리 대행사업자는 정부 고시가 이뤄지지 않아 전기안전관리의 부실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기안전관리 대행사업자에 적정한 대가를 약속, 전기안전관리 업무의 부실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작성 : 2017년 11월 30일(목) 00:23
게시 : 2017년 12월 01일(금) 09:50


이석희 기자 xixi@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