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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중 17기 2008년 동기회 및 어탕끓이는여자 유봉순

허 공 2021. 2. 24. 14:49

2008년 7월 19일 동기회  첫째 날

 

밀양 동명중 제17기 동기회

2008년 7월 19일 유서 깊은 밀양댐 부근 한적한 가든에서 2008년도 정기총회를 가졌다.

경향각지에서 보고픈 친구를 보려고 천리 길 머다 않고 달려온 정다운 얼굴 34개.

저녁 겸해 우리 고장 특산물인 가지산에서 제멋대로 큰 염소 육회와 구이로 배를 채우고

곧바로 회의에 들어갔다.

 

김관환 동기의 “내년에는 졸업 45주년이므로 뭔가 뜻있는 행사의 일환으로

남녀 공히 부부동반을 제안”했으나 차후 좀 더 논의하기로 함.

대신 행사를 크게 하기로 하였고 모임 시기는 하절기를 피하고

그 외 준비는 집행부에 위임하기로 하고 공식회의를 마쳤다.

 

노래 가무 고스톱 끼리끼리 모여 밤샘으로 회포를 풀었다.

일정이 바쁜 친구는 밤늦게 돌아가고 다음날 점심은 유봉순 동기의

어탕국수 솜씨를 한껏 만끽하고 내년을 기약하며 각기 생활 터전으로 돌아갔다

 

후담으로 총회의 경비는 정연길 회장이 부담함으로써 회원들의 회비 부담이 줄였다.

더욱이 이 삼복더위에 봉순 씨의 점심준비는 두고두고 우리를 감동시켰다

 

2008년 7월 20일 동기회 둘째 날

 

어탕 국 끓이는 여자 옆에, 마늘 찧는 남자 -봉순이 편

폰을 우학이 에게 돌려주고 나는 이내 후회했다.

“내가 또 봉순이를 피곤하게 만들겠구나” 하고 말이다.

 

2008년 동창회 이틀째 되는 날 아침의 일이다.

첫날부터 그렇게도 후덥지근하게 덥더니만 마침내 소낙비가 쏟아진다.

 

어제 남은 염소 곰국으로 아침을 먹으면서 집행부가,

“오전에는 자유 시간으로 하고 점심 먹고 각자 헤어지기로 했다”라고.

 

밥 먹고 야외 평상에서 오래 만에 내리는 소낙비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그때,

“가든에서는 점심을 마련할 수가 없다”는 통보가 왔다. 참 난감했다.

 

어제저녁일이 떠오른다.

야외 평상에서 저녁 후 후식 시간에 봉순이 가 내게, “모처럼 친구들이 고향에 왔는데,

내일 점심은 내가 마련하면 안 될까? “ 하길래 고맙지만 네가 이 더운데 힘들고

더욱이 내일 점심까지 예약이 되었다며 그냥 흘러 보냈다. 섭섭해하는 눈치다.

 

어쩌나? 망설이다, 우학이 폰에 봉순이 번호가 저장되어 있다기에,

그 폰으로 바로 봉순에게 연락이 닿아, 사정을 이야기하니 흔쾌히 OK다.

회장에게 자초지종을 얘기 했더니 “민폐가 안 되겠나” 하면서도 OK다.

 

점심 준비 약속 한 시간여를 남겨 놓고 하룻밤 정들었던 가든을 떠났다.

아침나절에 소낙비가 한 줄금 왔는데도 날씨는 짜증 나리만큼 후덥지근하다.

 

봉순이 집, 그리 넓지 않은 거실에 30여 명이 덮치니 작은 에어컨으로는 도저히

끼 꾸도 안 가고 방에 있던 선풍기마저 동원시켰으나 흐르는 땀은 식히지 못했다.

 

주방에서는, 더위와 가스 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어탕을 준비하는

주인의 모습은 오히려 친구를 초대했다는 자부심(?)에 싫어하는 기색이 하나도 안 보인다.

일 좋아하는 필기 필자가 도우미로 돕는 걸 보니 흐뭇해 보여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내가 할 일은, 상 펴서 행주질하고, 수저 같다 놓고, 기본 찬 상마다 골고루 차려 놓았다.

잠시 쉬려고 하니. 절구통에다 마늘을 찧으라 하여 열심히 찧었다.

어느 듯. 메기 어탕의 진한 냄새가 거실까지 넘치며 입에 침을 샘솟게 한다.

 

봉순이가 국 퍼면, 내가 툭 사발을 상에 가져다 놓고. 필기가 국수 적당히 넣으면,

상자가 또 양념간장을 침으로써, 어탕국수의 진가를 만끽했다. 아! 이 맛 죽인다.

 

“어탕국수 생각나면 3시간 전에 연락하고 언제든지 오너라 준비 해 놓을게”

마지막까지 외 할멈 같이 말하는 봉순이를 뒤로 하고, 우리는 그렇게 돌아 섰다.

우리는 별미를 맛있게 먹었지만 그 뒤 설거지는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봉순 씨! 고맙소.

내가 또 한 번 봉순 씨를 괴롭히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니 미안하기 거지 없소.

아마도 많은 친구들은 그날의 당신 모습을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것이요.

행복하고, 하절기 건강하시오. 안녕

 

이 글을 옮기며 고인이 된 장기영을 보니 가슴이 찡하다.

재부 밀양향우회 때 축사를 낭독하는 그대 얼굴이 자꾸만 생각나오.

말미에 그날 같이한 친구 사진 올리며 ~~~ 영면하시오

 

 

 

 

 

 

2009년 12월 8일 18:30분  온천장 허심청 대연회실 재부 밀양향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