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러 갔다가 푹 빠진 콜라텍, 둘도 없는 실버 놀이터
정하임 입력 2018.05.11. 01:03 수정 2018.05.11. 06:41
http://v.media.daum.net/v/20180511010309224
[더,오래] 정하임의 콜라텍 사용설명서(1)
은퇴를 앞둔 서울시 초등학교 교감으로 자칭 ‘콜라텍’에 관한 최고 전문가다. 은퇴 이후엔 콜라텍과 관련해 조언해주는 일을 하고자 ‘콜라텍 코치’로 불리길 원한다. 건강을 위한 체중 감량 차원에서 춤을 추러 갔다가 콜라텍에 푹 빠졌다. 노년기의 신체적·정신적 애로를 푸는 데 가장 좋은 것이 춤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관계 형성으로 외로움을 해소해 주기도 한다. 콜라텍에서 일어나는 사랑, 이별 등 에피소드를 풀어간다. 걱정과 근심이 사라지는 콜라텍의 매력에 다 함께 빠져보자. <편집자>
내 나이 61세의 3분의 2인 41년을 교직에 몸담아 어린 코흘리개들과 생활했으니 생물학적 나이만 먹었지 정신연령은 초등학생 수준으로 살았다. 주위에서 초등학교 교사에 대해 순수하다느니 정직하다느니 말하는 이유가 어린이들과 생활해 온 탓일 것이다.
춤 5년 배우고 콜라텍 진출
나는 원래 식욕이 왕성해 식탐을 줄이지 못하는 타입이다. 좋은 말로는 편식하지 않는 건강한 식욕의 소유자인 셈이다. 성격도 낙천적이니 체질적으로 살이 잘 찔 수밖에 없다. 다이어트로 몸무게를 줄이려고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투입이 배출보다 많으니 노력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다.
원래 나는 내 몸에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몸에 좋다는 식품은 다 먹고 치료행위는 다 해봤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지속성이 없었다. 내가 즐거워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면 금세 중단하게 됐다. 즐거워서 안 하고는 못 배겨 하는 일이 아니었다. 의무감에서 하다 보니 지속성 없이 일정 목표에 도달하면 그치게 돼 요요 현상만 찾아왔다.
이런저런 방법을 다 동원해도 별 효과가 없자 마지막으로 댄스에 도전하게 됐다. 현재는 보수적인 학교에서도 댄스에 대한 인식이 관대해져 공문으로 댄스강습을 안내하고 모집한다. 댄스가 교사 직무 연수차 해야 하는 운동으로 개념이 변했기 때문이다.
댄스를 접하자 내게 가장 어울리는 운동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동안 초등교사 재직 때부터 해온 음악과 무용 덕분에 누구보다도 박자감과 리듬감이 좋아 나를 가르치는 원장은 칭찬 일색이었다. 춤을 어디서 배운 적이 있냐며 내 춤 솜씨를 극찬했다.
춤을 배우고 5년 공백을 거친 후 춤을 시연하기 위해 찾은 곳이 콜라텍이었다. 지인을 따라서 기대 반, 흥미 반, 두려움 반 다양한 감정을 갖고 ‘동경’이라는 콜라텍에 따라갔다.
말로만 듣던 콜라텍에 들어가 보니 난생처음 본 세상이었다. 흔히 콜라텍 하면 부정적으로 보는 데 꼭 그런 곳이 아니었다. 보통 춤을 춘다고 하면 저급하게 바라보고 ‘혹시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춤을 즐기는 사람은 쉽게 자신의 취미를 이야기하지 않고 숨기게 된다. 마치 춤을 추면 죄인인 듯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옛날에는 카바레에 출입하기 위해 장 보러 가는 척 장바구니를 들고나오기도 하고, 춤으로 패가망신한 사례가 많았다. 자연히 춤을 저급한 운동이라고 생각해 콜라텍에 가는 사람을 허접스럽게 대했다.
콜라텍에 들어가 보니 정말 신세계에 와있는 착각이 들었다. 나이는 60대 이상인데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고 박자를 타고 춤을 추는 모습이 저 나이에 어떻게 저렇게 열정적인지 신기했다.
춤에 빠져 행복해 보이는 노인들
관절이 안 좋아 절뚝거리며 지팡이에 의존해 걷거나, 움직임이 적은 운동을 하면서 누워 소일할 나이들이었다. 그런데도 여기 콜라텍에 나와 건강하게 운동을 하는 것을 보니 존경심마저 생겼다. 국가 의료보험을 축내지 않고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실버는 자신만 행복한 게 아니라 가족과 나라에 도움이 되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다. 앞으로 외로움은 물론, 치매나 우울증을 떨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도 들었다.
실버에게 이렇게 훌륭한 놀이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이곳에 와서 어울리고 소통하며 자기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나이가 들면 갈 곳이 없고 반겨주는 이가 없어 외롭다고 하지만 여기선 같이 어울려 여가활동을 하니 하루해가 짧게 느껴져 가는 시간이 아쉬울 뿐이었다.
말하자면 콜라텍의 실버들은 노인학교 학생이라고 볼 수 있다. 수업료도 없이 입장료 단돈 1000원으로 입장해 보관료 500원을 내고 종일 즐겁고 행복하게 운동하다 내일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각자 집으로 간다.
정하임 서울시 초등학교 교감·콜라텍 코치 chi990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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