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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살 빼러 갔다가 푹 빠진 콜라텍, 둘도 없는 실버 놀이터

허 공 2018. 11. 28. 07:01

중앙일보

살 빼러 갔다가 푹 빠진 콜라텍, 둘도 없는 실버 놀이터

정하임 입력 2018.05.11. 01:03 수정 2018.05.11. 06:41

http://v.media.daum.net/v/20180511010309224

스승의 날을 앞둔 지난 10일 2학년 어린이들에게 스승은 제2의 부모라는 내용으로 훈화하는 모습. [사진 정하임]
스승의 날을 앞둔 지난 10일 2학년 어린이들에게 스승은 제2의 부모라는 내용으로 훈화하는 모습. [사진 정하임]
초등교사끼리는 우리 나이를 자신이 담임한 어린이 나이와 같다고 본다. 1학년 담임을 하면 8세로, 6학년 담임을 하면 13세라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순진무구한 교사 집단에서 나는 참 용감하게 콜라텍에 다닌 경험을 책으로까지 출간했으니 보통 배짱은 아니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았느냐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콜라텍에 다니고 책을 쓴 것이 실버 복지 차원에서 콜라텍이 가장 행복한 놀이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이해가 갈 것이다.

춤 5년 배우고 콜라텍 진출

나는 원래 식욕이 왕성해 식탐을 줄이지 못하는 타입이다. 좋은 말로는 편식하지 않는 건강한 식욕의 소유자인 셈이다. 성격도 낙천적이니 체질적으로 살이 잘 찔 수밖에 없다. 다이어트로 몸무게를 줄이려고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투입이 배출보다 많으니 노력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다.

원래 나는 내 몸에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몸에 좋다는 식품은 다 먹고 치료행위는 다 해봤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지속성이 없었다. 내가 즐거워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면 금세 중단하게 됐다. 즐거워서 안 하고는 못 배겨 하는 일이 아니었다. 의무감에서 하다 보니 지속성 없이 일정 목표에 도달하면 그치게 돼 요요 현상만 찾아왔다.

이런저런 방법을 다 동원해도 별 효과가 없자 마지막으로 댄스에 도전하게 됐다. 현재는 보수적인 학교에서도 댄스에 대한 인식이 관대해져 공문으로 댄스강습을 안내하고 모집한다. 댄스가 교사 직무 연수차 해야 하는 운동으로 개념이 변했기 때문이다.

 

댄스를 접하자 내게 가장 어울리는 운동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동안 초등교사 재직 때부터 해온 음악과 무용 덕분에 누구보다도 박자감과 리듬감이 좋아 나를 가르치는 원장은 칭찬 일색이었다. 춤을 어디서 배운 적이 있냐며 내 춤 솜씨를 극찬했다.

 

춤을 배우고 5년 공백을 거친 후 춤을 시연하기 위해 찾은 곳이 콜라텍이었다. 지인을 따라서 기대 반, 흥미 반, 두려움 반 다양한 감정을 갖고 ‘동경’이라는 콜라텍에 따라갔다.

플로어에서 춤을 추다 쉬고 있는 사람들. 파트너가 없어서 누군가 다가와주길 기다리거나 다른 사람들 춤 추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정하임]
플로어에서 춤을 추다 쉬고 있는 사람들. 파트너가 없어서 누군가 다가와주길 기다리거나 다른 사람들 춤 추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 정하임]

말로만 듣던 콜라텍에 들어가 보니 난생처음 본 세상이었다. 흔히 콜라텍 하면 부정적으로 보는 데 꼭 그런 곳이 아니었다. 보통 춤을 춘다고 하면 저급하게 바라보고 ‘혹시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춤을 즐기는 사람은 쉽게 자신의 취미를 이야기하지 않고 숨기게 된다. 마치 춤을 추면 죄인인 듯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옛날에는 카바레에 출입하기 위해 장 보러 가는 척 장바구니를 들고나오기도 하고, 춤으로 패가망신한 사례가 많았다. 자연히 춤을 저급한 운동이라고 생각해 콜라텍에 가는 사람을 허접스럽게 대했다.

콜라텍에 들어가 보니 정말 신세계에 와있는 착각이 들었다. 나이는 60대 이상인데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고 박자를 타고 춤을 추는 모습이 저 나이에 어떻게 저렇게 열정적인지 신기했다.


춤에 빠져 행복해 보이는 노인들
플로어에서 파트너와 열심히 춤을 추는 사람들. [사진 정하임]
플로어에서 파트너와 열심히 춤을 추는 사람들. [사진 정하임]
예전에 학교 다닐 때는 음악이나 무용 시간이 따로 없었을 텐데 참 대단한 실력자들이었다. 모두가 환하고 밝은 표정을 지어 마치 아무 걱정근심이 없는 사람처럼 평안해 보였다. 음악을 타면서 곡이 느리면 느리게, 빠르면 빠르게 몸놀림을 조절하면서 춤을 췄다.

관절이 안 좋아 절뚝거리며 지팡이에 의존해 걷거나, 움직임이 적은 운동을 하면서 누워 소일할 나이들이었다. 그런데도 여기 콜라텍에 나와 건강하게 운동을 하는 것을 보니 존경심마저 생겼다. 국가 의료보험을 축내지 않고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실버는 자신만 행복한 게 아니라 가족과 나라에 도움이 되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다. 앞으로 외로움은 물론, 치매나 우울증을 떨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도 들었다.

실버에게 이렇게 훌륭한 놀이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이곳에 와서 어울리고 소통하며 자기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나이가 들면 갈 곳이 없고 반겨주는 이가 없어 외롭다고 하지만 여기선 같이 어울려 여가활동을 하니 하루해가 짧게 느껴져 가는 시간이 아쉬울 뿐이었다.

 

말하자면 콜라텍의 실버들은 노인학교 학생이라고 볼 수 있다. 수업료도 없이 입장료 단돈 1000원으로 입장해 보관료 500원을 내고 종일 즐겁고 행복하게 운동하다 내일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각자 집으로 간다.

 

정하임 서울시 초등학교 교감·콜라텍 코치 chi990991@hanmail.net

 

 

 

 

출처 : 물의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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