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떡의 추억
고향에 봄이 오면 들녁이나 논두렁,하천둑길에는 그야말로 '쑥밭'이였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아낙네들이 소쿠리를 끼고 쑥을 뜯으러 다니면 남정네들은 겨울잠에서 꺠어난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다녔다. 보릿고개 시절만큼은 아니였지만 여전히 부족한 식량을
채워줄수 있는 먹거리였다. 어느날엔가..
검정고무신을 신은 촌놈들이 허리춤에는 철사를 묶어 개구리를 꿰고 한손에는 길다란
작대기로 풀숲을 헤치면 여기저기서 놀란 개구리들이 사방으로 튀어오르고 사정없이
작대기를 갈겼다. 그러다가 앞에가던 녀석이 '독사다..' 외치더니 혼비백산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고 뒤따르던 녀석들도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저만치서 쑥을 뜯던 또래의
여자애들한테도 소리를 질렀고 동네를 향해 우리들은 걸음아 나살려라 달렸다.
동네앞에 도착했을 때 뒤처진 여자애들중에는 얼굴이 허옇게 질려서 울거나 고무신
한짝이 벗겨진 채 달려온 녀석도 있었다.
어릴떄라서 산이나 들에 갈떄면 가장 무서운것이 뱀이였다. 특히나 봄에 나온 뱀들은
맹독이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어른들한테 주의를 들었고, 옆동네 누구누구가 뱀에
물려서 죽었다거나 정신이 나갔다는 소문은 당시의 '전설의 고향' 드라마 만큼이나
무서웠다. 동네 어른을 앞세우고 내팽개친 소쿠리와 고무신을 찾아왔지만 뱀이 기억에서 잊혀질 때까지 우리들은 당분간 개구리사냥은 나가지 못했다. 뱀도 흔하던 시절이라 동네에는 '생사탕' 간판의 뱀집이 있었고 뱀을 잡으면 팔러가기도 하고 뱀술을 담기도 했다.
뜯어온 쑥을 어머니는 봄볕에 널어넣기도 하고 구수한 된장쑥국을 끓여내놓기도 했다.
개떡으로 부족한 밥 대신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했던 시절이라서 봄에 올라오는 햇쑥은
자연이 주는 보약같은 먹거리였다. 멥쌀가루나 밀가루를 묻힌 쑥버무리를 쪄서 먹는 경우가 많았고 인절미처럼 만든 쑥떡은 먹고살만한 집에서나 먹는 별미였다.
쑥개떡은 말려두고 먹기도 하는데 밥을 뜸들일때 밥위에 올려놓고 쪄서 밥그릇에
한개씩 올려주는것은 부족한 밥을 보충하는 양식이였다. 입춘(入春)을 앞두고 있어서 인지 날씨가 제법 풀리고 햇살도 따스함을 느낄수 있다. 개나리 꽃이 피는 봄날에 들녁으로 나가서 쑥을 뜯어보는 여유를 가져볼참이다.
출처 : 허공의 휴유정사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