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보람 입력 2022. 01. 09. 15:14 수정 2022. 01. 09. 15:23
협력업체 근로자 사망사고 사과..'1공사현장 1안전담당자 배치'
불법 하도급 관행 차단..인력·장비 실명제 도입하고 전수검사
한전, 협력업체 노동자 '감전사고' 재발방지 종합대책 발표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임원진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회의실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감전 사망사고와 관련해 대책발표를 하고 있다. 2022.1.9 [공동취재]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한국전력(한전)이 작년 말 발생한 협력업체 근로자 김다운씨의 감전 사망사고를 계기로 작업자가 전력선에 접촉하는 '직접활선' 작업을 퇴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력공급에 지장이 있더라도 감전 우려가 없는 '정전 후 작업'과 작업자가 전력선에 접촉하지 않는 '간접활선' 작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공사현장 1곳당 안전담당자 1명을 배치하고 불법하도급 등 부적정행위가 적발된 전기공사업체는 한전 공사의 참여 기회를 박탈하는 등 협력업체 관리체계도 강화한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9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협력업체 근로자의 감전 사망사고와 관련해 공식 사과하고, 이런 내용의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한전은 감전·끼임·추락 등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치명적인 3대 주요 재해에 대해 미리 정한 안전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작업을 시행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우선 감전사고 근절을 위해 직접활선 즉시 퇴출, 정전 후 작업 확대, 간접활선 지속 확대 등을 통해 작업자와 위해 요인의 물리적 분리를 시행할 방침이다.
정 사장은 "2018년부터 간접활선 작업으로 전환되고 있으나 약 30%는 여전히 직접활선 작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앞으로는 이를 완전히 퇴출해 작업자와 위해 요인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감전사고 사례가 없고 직접활선에 비해 안전한 간접활선 작업의 현장 적용률을 높이기 위해 현재 활용 중인 9종 공법 외에 2023년까지 9종의 공법을 추가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끼임사고 근절을 위해선 전기공사용 절연 버킷(고소작업차) 차량에 고임목 등 밀림 방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고임목 설치 여부를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확인한 뒤 작업을 시행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고개 숙인 한국전력 임원진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임원진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회의실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감전 사망사고 관련 대책발표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2.1.9 [공동취재] saba@yna.co.kr
추락사고 근절을 위해선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오르는 작업을 전면 금지한다.
정 사장은 "모든 배전공사 작업은 절연 버킷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절연 버킷이 진입하지 못하거나 전기공사업체의 장비수급 여건이 곤란한 경우에만 해당 사업소가 사전 안전조치를 검토·승인한 뒤 제한적으로 예외를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국 4만3천695개소 철탑에 추락방지장치를 설치하는 작업을 당초보다 3년 앞당긴 2023년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추락방지망 설치 위치를 철탑 최하단 암(Arm) 하부 10m로 조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한전은 이와 함께 전기공사업체 관리체계를 개선하고자 모든 전기공사에 '1공사현장 1안전담당자 배치'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불법하도급 관행 차단을 위해서는 사전에 신고된 내용이 실제 공사 현장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인력·장비 실명제를 도입하고, 이를 안전담당자가 전수검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이 발견되면 즉시 공사를 중단하도록 하고 해당 업체에 패널티를 부여할 계획이다. 반대로 무사고 달성, 안전의무 이행 우수업체 등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업체 간 직원 돌려쓰기, 불법하도급 등 부적정 행위가 적발된 업체와 사업주에 대해선 한전 공사의 참여 기회를 박탈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도 정부와 협의할 방침이다.
이외에 전기공사회사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안전관리비를 지원하거나 한전이 직접 구매해 지원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한다.
무리한 작업량, 단독작업 등 부적절한 작업지시에 대해선 작업중지권을 활용할 수 있는 현장 분위기 조성에도 힘쓰기로 했다.
또한 올해 안전예산을 작년 대비 2조원 증가한 2조5천억원으로 확대 편성해 안전설비 확충, 공법 안전성 강화, 안전기자재 구입 등에 중점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정 사장은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께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조사 및 수사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법적·사회적 조치를 이행하고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전 임직원이 되새기면서 올해를 중대재해 퇴출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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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해 11월 경기도 여주의 한 오피스텔 건설 현장에서 한전 하청업체 소속 고 김다운씨(38)가 2만2900볼트의 고압 전기를 인근 공사장에 연결하는 작업을 하던 중 감전 사고로 숨졌다. 한전 안전 규정상 2인 1조로 작업하게 돼 있지만 김씨는 당시 홀로 작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고압 전기작업에 쓰이는 고소절연작업차 대신 일반트럭을 타고 작업했으며 고무 절연장갑이 아닌 면장갑을 착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해당 사고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한전 지사장(안전보건 총괄책임자)과 하청업체 현장소장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고용노동부와 한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한전 하청업체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46명이다.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에 따라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한전 대책에 대해 “새로운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건설노조는 “의미가 있다면 ‘정전 후 작업’ 정도인데 구체적이지 않아 현실 가능성을 점쳐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한전은 발주자의 지위와 역할을 하겠다며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도급인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데, 한전을 원청 도급인으로서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건설노조는 “사고 원인은 위험의 외주화에 있고 직접고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적어도 한전은 전기 노동자들과 안전을 위한 협의체를 정기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노정연·이혜리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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