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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空의休遊靜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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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허 공 2018. 10. 30. 21:00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

한적한 시골의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허름한 초가집.

늦은 시간이지만 집안에서는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집 앞에는 작지만 정성스럽게 손질된

나무들과 꽃들이

예쁘게 정돈되어 있다.

방 안.

방 안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 한분과 할머니 한분이

나란히 누워있다.

할아버지는 옛일을 회상하듯

먼곳을 바라보면서 말을 하고 있지만

할머니는 이미 잠에 빠져든 듯

눈을 감고 있다.

 .

할아버지 : 허허..그때 기억나오?

내가 할멈과 결혼하고 처음으로

회사에 출근할때..

넥타이를 못매서

허둥지둥 하고 있을때..

그 고왔던 손으로 정성스레

넥타이를 매줬었는데..

어렴풋이 생각나는구려..

그때가 참 좋았지...

 

할머니 : .....

할아버지는 말을 하고 난 후에

그때의 일을 생각하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고 다시 말한다.

할아버지 : 허허...새삼스럽게

그때일도 기억나는구만..

우리 첫째가 대학교 졸업할때..

둘째가 교통사고가 났었지..

그때 할멈

우는게 얼마나 서럽던지..

누가 보면 아들 세명 있는거

다 죽었는줄 알았을거야..

허허허...

그렇지?

할머니 : .....

할아버지 : ..그때 기억나오?

막내가 대학

들어간다고 시험 준비할때..

당신이 시험 100일전부터

100일 기도한다구 그래서

 

나한테 많이 혼났잖소...허허..

그때 막내가 얼마나 밉던지...

시험치는날..

당신 잠도 못자고 다음날 눈 밑이

거뭇거뭇해져서

막내 바래다 주지도 못했다고

얼마나 힘들어했던지...

막내가 그래서 대학에 붙은게지...

당신 고생때문에...

할머니 : .....

할아버지 : 허허...그때가

방금전처럼 생각나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려..

할머니 : .....

할아버지는 잠시 말이 없다가

갑자기 생각난듯 다시 말을 잇는다.

할아버지 : 그때도 기억나는구만..

우리 큰딸..

결혼식날 당신 안운다고 그러더니

결국 눈물 몇방울 흘리는거 봤지..

당신 그때 이후로 우는걸 본적이 없는데..

그때 이후로는

눈물이 모두 말라버렸나...허허...

할머니 : .....

 

할아버지의 입가에는

계속 미소가 걸려있다.

예전의 기억을 조금씩 되살리면서

점점 현재까지 오고 있는지

입에는 미소가 보이지만

눈가에는 조금씩 눈물이 맺히고 있다.

 .      

할아버지 : 작년부터 당신 친구들하고

내 친구들이 점점 우리 곁을 떠났잖소..

그때부터인가..

당신 머리에도 점점 흰머리가

늘어나는것 같았는데..

친구들 장례식 갈때마다 당신이

점점 내손을 꽉 쥐었다는거 알아요?

허허...

할머니 : .....

할아버지의 눈가에는 점점 이슬이

맺히듯 눈물이 많이 고여간다.

할아버지 : 이제 내가 당신의 손을

꽉 쥘 차례구려..

지금까지의 인생길..

혼자가 아니어서 참 행복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한마디 대꾸도 없구려..

할머니 : .....

할아버지 : 우리가 함께 걸어온 인생길..

떠나가기 전에 꼭 간직하고

떠나줬으면 좋겠구만..

 .

임자..

잘가시오..

안녕히 잘 가시오..

아무런 말 없던 할머니의 입가에

보일듯 말듯한 작은 미소가 그려지며

할머니의 몸이 잠시 반짝 빛나는 듯 싶더니

다시 미소가 사라지고 잠든 듯

편안한 표정만 남는다.

할아버지 : 고맙구려..정말 고마워...

내 금방 따라갈테니 잊지말고 기다려주구려...

할아버지의 왼쪽 눈에서 구슬같은

눈물이 한줄기 또르륵 굴러 떨어진다.

 

 

곱고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메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막내 아들 대학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 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 머리가 늘어감에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 마디 말이 없오

여보 안녕히 잘 가시오


-옮긴 글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너에게로 가는카페
글쓴이 : 문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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