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때 지방을 쓰지않고 그림 그리듯한 아픈기억이 생각난다-지방 예시
2014/09/07
지방을 쓰는 게 아니고 그린다(?)
내일이 추석이다매년 돌아오는 연례행사지만 유독 설 추석명절이면,
내 아픈 과거의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면 눈시울이 젖어들고 코등이 찡하다.
당시 해방후라 대부분 집안들이 다 그렇지만,
집안에 지 필 묵을 준비하고 사는 집은 드물었다.
우리네도 명문가라고 과히 자부하고 살았다만~~~
추석날 아침이면 부인네들은 차례상 준비에 바쁘고,
남정네들은 제상 제기준비하고 지방을 챙긴데.
근데 이 지방을 쓸 한지는 준비하지만 필 묵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집 안 되는 다안 아제(차근 씨) 집으로 간다.
아제 사랑방에는 벌써 우리 말고 다른 분들이 먼저 와있다.
다안 아제는 그 이웃집 내력을 잘 알기에 묻지도 않고 지방을 잘도 쓴다.
그렇게 많은 날을 보아 오면서 심한 의구심이 생겼다.
저걸 내가 쓰면 매년 저런 수고를 덜 수 있지 않을까?
차례상은 자손들이 직접 챙기는데 지방만은 왜 남의 손을 빌릴까?
그로부터 멀지 않은 날 나는 내가 직접 쓰기로 했다.
초등학교 입학한 그해 추석 때부터다.
당시의 1학년의 필기도구인 연필로 그것도 침을 묻혀가며~~
한지에 연필로 지방을 쓴다는 자체가 모험이었다.
글을 쓴다기보다는 글을 그림 그리듯 그리는 것이다.
그래도 할머니는 차근 아제집에 글 빌리러 가는 것보다 났단다.
그로부터 이후 지방은 내가 쓰고 묘사 축문까지 내가 쓴다.
필묵도 볼펜 사인펜 붓펜에서 지금은 컴이 그 일을 대신한다.
지금은 컴퓨터 워더 작성 출력한 지방을 틀에 넣어 매년 보관한다.
그 아득한 60여 년 전 연필로 지방 그리든 내가 참 용하다.
근데 우리 머슴아는 대학까지 나왔지만 지방을 쓸 줄 모른다.
그러니 손자 저 넘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내 생전에 이 모든 걸 아예 준비를 했다.
제상도 제기도 지방 틀도 제사 절차 제수장만 리스트 등~~
벨이 울리네~~ 거제에서 아들 손자가 온 모양이다.
멀리 있는 친지 친척들 내일 선산에서 보입시다~~